‘취업절벽’ 두 청춘의 비극
장애가 있는 한 20대 청년이 인턴으로 일하던 공공기관 건물에서 추락해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 청년은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대학 졸업 후 공공기관 인턴 생활만 전전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공공기관 인턴직도 6월 말이면 끝난다.
○ 정규직 꿈꾸던 청년인턴의 비극
25일 경기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경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제3별관(4층) 옥상에서 A 씨(28)가 추락했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하루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뇌전증 4급 장애인이다. 뇌전증 4급 장애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A 씨가 취업시장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얻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2011년 대학을 졸업했다. ‘스펙’을 위해 사회복지사 2급과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국토연구원과 경기 의왕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가기록원 등 공공기관 4곳에서 인턴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에서는 지난달부터 청년인턴으로 채용돼 사무보조를 하고 있다. 근무 기간은 6월 30일까지다. 공공기관 청년인턴제는 약 10년 전부터 시행 중으로 청년들에게 공공기관 업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무원과 똑같이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사고 당일 A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턴 종료 후 무슨 일을 할지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청년인턴들에게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기는 어렵다”며 “안정적인 생활을 가질 수 없으니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극단적 선택한 어느 공시생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군 제대 후 3년 동안 서울에서 경찰 공무원(순경) 공채시험을 준비했다. 그러나 7회가량 낙방의 고배를 마셨고 지난달 18일 치러진 시험에서도 또 떨어져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의 어머니는 지친 아들을 쉬게 하려고 이날 서울로 올라가 아들을 데리고 고향인 경북 구미행 버스에 탔다. B 씨의 어머니는 “고속버스가 잠시 휴게소에 들렀는데 화장실에 간다고 한 아들이 차가 출발할 시간이 다 됐는데도 오지 않아 가보니 목을 매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 씨가 계속된 공무원시험 낙방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검찰 지휘를 받아 부검은 하지 않고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
정동연 call@donga.com / 청주=장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