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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법’ 총리가 중재 나선 일본, 국회서 잠자는 한국

입력 | 2017-04-20 03:00:00

日, 연장근로 ‘월 100시간 미만’ 합의




5월 9일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적게 일해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결혼과 출산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웃 나라 일본은 이미 한발 앞서 있다. 일본 근로자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719시간(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2위. 3위인 한국(2113시간)보다 훨씬 적지만 일본 노사정(勞使政)은 이마저도 더 줄여보자고 최근 합의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13일 일본의 경단련(경영계 단체) 회장과 렌고(連合·일본의 최대 노동단체) 회장을 만나 “노동계의 요구대로 연장근로 상한을 월 ‘100시간 미만’으로 합의해 달라”고 양측에 정식 요청했다.

그동안 렌고 측은 ‘100시간 미만’을 요구해 왔고, 경단련 측은 ‘100시간 이하’를 주장해 왔다. 합의가 쉽지 않자 양측은 아베 총리에게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아베 총리가 렌고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연장근로 상한은 100시간 미만으로 정해지게 됐다.

일본 의회와 정부는 합의 사항을 반영해 법률을 개정하고, 이르면 연내 시행할 방침이다. 합의안은 먼저 연장근로를 월 45시간, 연간 360시간으로 정해 노동기준법에 명기하기로 했다. 다만 바쁜 기간에는 월 100시간 미만까지 허용토록 예외조항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 기간을 포함하더라도 2∼6개월간 월평균 연장근로는 80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또 연간 기준 월평균 연장근로 시간도 60시간(연간 720시간)을 넘지 않도록 했다.

다만 연구개발(R&D) 등 밤샘 근무가 불가피한 업종은 5년간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퇴근시간과 출근시간 사이에 일정 시간 휴식을 갖는 ‘근무 간 인터벌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전문가 위원회를 만들 방침이다.

하지만 우리는 갈 길이 멀다. 2014년부터 이 사안을 논의해 온 국회는 3월 국회에서 주당 최대근로시간(68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에 합의했지만, 시행 시기와 초과근로수당 할증 등을 둘러싼 논란 탓에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대선 후보들이 겉으로는 근로시간 단축을 외치면서도 재계와 노동계의 눈치를 보며 3월 국회 통과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던 탓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대통령’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누가 대선에서 당선되든 아베 총리처럼 노사 양측을 적극 중재해서 근로시간 단축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