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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신준환]백두대간 산림정책 활성화해야

입력 | 2017-04-18 03:00:00


신준환 동양대 산림비즈니스학과 교수 전 국립수목원장

‘삼국사기’나 ‘고려사’를 보면 우리 민족은 전란이 일어나면 산골짜기로 피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우리 민족은 골짜기에 삶의 터를 잡으면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 전통 마을은 예외 없이 산에 의지하고 있다. 고려시대부터는 왕궁을 세울 때에도 산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렇게 산림의 형상과 체계를 손금 보듯이 환히 꿰뚫고 있어야 전쟁에서 이기고 어려움을 피하는 등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면 백두산과 지리산을 잇는 한반도의 산림체계에 대한 인식이 확립된다. 백두대간에 대한 개념이 잉태된 것이다. 조선시대엔 그 인식이 확대돼 백두대간(국가)―정맥(지역)―마을 산이 이어지는 우리나라 전체 산의 족보(산경표·山經表)가 확립됐다.

우리 조상들은 자손만대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백두산에서 고향집 뒤란까지 이어지는 길을 꿈꾸며 집을 지었다. 마을 앞이 허전하게 느껴지면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해 보완했다. 숲이 울창해야 자손이 잘된다는 소박한 믿음도 곁들여졌다. 긴 역사를 통해서 백두대간에서 시작하여 마을 숲으로 끝나는 산줄기와 숲에 대한 인식체계는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고, 외적을 방어하며, 전염병과 홍수 같은 재해를 막아내는 울타리 역할을 했다.

백두산이나 백두대간, 그리고 서울의 백악 등은 그냥 흰 것이 아니라 밝은 산이란 뜻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외세에 시달리고 자연재해를 겪으면서도 산에 의지하며 밝은 세상을 꿈꾸었다. 최남선이 ‘불함문화론’에서 밝혔듯이 밝은 세상은 한민족 가치관의 바탕이 된다.

필자는 최근 논의되는 산림복지나 생태계 서비스의 기본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백두대간―정맥―마을 숲으로 이어지는 축을 잘 보전하고 슬기롭게 활용해 자연과 우리 모두가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러한 소명을 인식하고 전문성을 기반으로 산림정책이 펼쳐졌으면 한다. 기본이 되는 산불, 산사태, 병해충 등의 재해 예방부터 100년 앞을 내다보고 숲을 만들고 가꾸는 것과 훼손지의 복원은 물론이고 국민 누구나 쉽게 이용하여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끊어진 남북의 산줄기를 하나로 잇고 유라시아 산줄기와도 연결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신준환 동양대 산림비즈니스학과 교수 전 국립수목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