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출마 선언 동영상’을 공개하고 제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 전 대표는 출마선언문에서 “정의가 눈으로 보이고 소리로 들리며 피부로 느껴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2012년 18대 대선 때 그는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직접 출마선언문을 낭독했다. 하지만 이번엔 대통령 탄핵과 세월호 인양 등 나라 분위기를 고려해 조용한 출정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문 전 대표는 “국민과 문재인이 함께 간다”며 캐치프레이즈로 ‘더 준비된 대통령’을 내세웠다. 하지만 출마선언문에 나타난 국정 구상에서도, 지금까지 보여 온 행보에서도 문 전 대표가 얼마나 더 준비된 대통령인지 와 닿지 않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진보 표심을 업고 48%의 득표율로 2위를 했다. 하지만 그 뒤 4년여 동안 유력한 차기 주자로서 나라 발전을 위해 어떤 ‘물건’을 내놓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면서 아직도 친일 청산이 안 됐다는, 과거 운동권 대학생 같은 의식을 보이며 ‘적폐 청산’과 ‘대청소’를 외치고 있으니 국민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하다. 문 전 대표는 어제 광주MBC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합동토론회에서도 “확실한 적폐 청산으로 편 가르지 않는 나라를 만들면 그것이 사회통합”이라고 말했다. 궤변이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는 이대로 대선 구도가 이어지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대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과거’에만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보여 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이끌지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반미(反美) 친중(親中) 외교안보관부터 바꿔야 한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한미동맹은 안보의 근간이 될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을 내심 부정하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고 북한과 대화부터 하겠다니 덜컥 겁을 내는 국민이 많다. 지난 대선에서도 그랬듯이 이런 안보 불안을 해소하지 않으면 집권이 어려울 수도 있다. 집권에 성공한다고 해도 ‘반쪽 대통령’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문 전 대표가 그리는 한국과 국민이 꿈꾸는 나라가 다르다면 대통령이 되더라도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