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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광란의 질주’ 22명 사상 대형 교통사고인데, 5년 금고형?

입력 | 2017-03-24 17:07:00


지난해 7월 부산 해운대구 사거리에서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의 가해 운전자에게 1심에서 금고형이 선고됐다. 사고 당시 운전자의 의식이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권기철 부장판사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씨(53)에게 금고 5년을 선고했다. 권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고 당시 피고인이 의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이 처방약을 먹지 않으면 의식을 잃을 수 있었는데도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았고 운전면허 갱신 때도 뇌전증을 알리지 않아 법적 책임이 있다”며 검찰의 예비적 공소사실은 인정했다.

지난달 검찰은 김 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그가 사고 당시 의식이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을 적용했다. 다만 검찰은 법원이 김 씨가 사고 당시 의식이 없었다고 판단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적용해 금고 7년 6개월을 추가로 구형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31일 오후 5시경 해운대구 좌동 도로에서 1차 접촉사고를 낸 뒤 신호를 어기며 시속 100km 이상으로 질주했다. 그는 10여분 뒤 해운대문화회관 앞 사거리에서 7중 추돌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사고 당시 김 씨가 의식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사고 당시 운전자의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상실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는 공주치료감호소와 뇌전증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법원은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전하면서 충돌한 당시의 운전행위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너무나 위험한 것이었다”며 “뇌전증 환자들이 자전거 타기나 운전행위 등 기존에 계속하던 행동 도중 갑자기 복합부분발작이 시작되면 잠시 앞을 응시하다가 계속하던 기계적인 행위를 지속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캐나다 뇌전증 협회 논문도 있는 만큼 김 씨가 당시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교도소에 가두는 형벌이다. 교도소에 수감하는 것은 징역형과 비슷하나 징역형은 교도소에 복무하면서 노동을 하는 데 비해 금고형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 노동을 하지 않는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