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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 한계 직면… 실직자들 자영업 내몰려

입력 | 2017-03-16 03:00:00

실업자 135만명 외환위기 직후 수준
제조업 취업자 수 8개월째 내리막
청년실업률 12.3% 역대 두번째 높아… 일자리 받쳐주던 건설업도 수주 감소
2월 자영업자 21만3000명 늘어… 증가폭 14년 10개월만에 가장 커





2월은 ‘실업의 달’이다. 졸업을 한 학생들이 고용 시장에 뛰어들고 공무원시험 원서 접수 등이 몰려 있어 1년 중 실업자가 가장 많다. 그걸 감안해도 올 2월 실업자 수는 135만 명으로 2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보이며 유독 많았다.

고용 시장이 이처럼 얼어붙었는데도 정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와 채용에 나서야 할 기업은 모두 몸을 사리고 있다.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내수 부진과 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월 대선에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실현 가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2월 고용 상당 폭 개선됐다”


15일 통계청은 ‘2월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실업자 수는 135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5%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실업자의 기준을 ‘구직 기간 4주’로 바꿔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2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이날 내놓은 ‘고용동향 분석’에서 “2월 고용이 상당 폭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2578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7만1000명 늘었다는 게 근거다. 수출 회복 등으로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이 9만2000명으로 줄어든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달 증가한 취업자 중 상당수는 건설업에서 나왔다. 2월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4만5000명이 늘어나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의 39%를 차지했다. 문제는 그나마 호황을 유지해오던 건설업의 수주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 수주액은 전년보다 13.6% 감소한 127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감이 줄어들면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의 취업자 수는 그 감소 폭이 줄어들고 있지만 반 년 넘게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6만5000명(전년 동월 대비 기준)이 줄어든 이후 8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업자 증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제조업에서 고용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취업자 수 자체가 늘어난 이유도 지난해 2월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다. 통계청은 “지난해 2월에는 설 연휴가 끝난 다음에 조사를 해 일용직 등 단기간 일자리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면서 취업자 수가 많이 감소했는데 올해는 그 효과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일자리를 잃고 재취업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모습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21만3000명이 늘어 55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2002년 4월(22만 명) 이후 14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종업원을 두지 않는 영세한 ‘나 홀로’ 자영업자도 2002년 3월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나 자영업의 ‘질’ 자체도 악화됐다. 청년 실업률은 12.3%로 사상 최대치를 보였던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지만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선 정부 규제와 노동 시장에 초점을 맞춰 일자리 정책을 접근했는데 이젠 기업 투자를 어떻게 활성화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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