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내 오염물질, 어디서 나올까?
현대인들은 하루 중 몇 시간을 실내에서 생활할까. 집에서 먹고 자고 쉬는 11∼12시간, 학교에 있는 6∼7시간, 학원에 있는 1∼2시간, 기타 자동차나 지하철 안에 있는 1시간…. 대부분이 하루 24시간 중 80∼90%를 실내에서 보낼 것이다. 하지만 실내 공기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실내 공기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2012년)에 따르면 공기(실내외 포함)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7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430만 명으로, 대기 오염 때문에 사망한 사람보다 많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오염된 걸까?
대부분의 건물에는 화학물질로 만든 단열재가 쓰인다. 시간이 지나면 건물이 노화되면서 단열재를 포함한 건축자재에서 석면이 나온다. 석면과 마찬가지로 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라돈은 건물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나온다.
음식을 굽거나 튀기면 삶을 때보다 미세먼지가 많이 나온다. 동아일보DB
○ 보이지 않는 살인자, 라돈
라돈아이 기기를 스마트폰과 연결한 뒤 작동시키면 실내 라돈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FT랩
자연에는 불안정한 물질이 많다. 불안정한 물질은 안정된 상태가 되려고 변화를 일으킨다. 방사성물질인 우라늄이 그중 하나다. 우라늄은 스스로 방사선 등을 방출해 에너지를 잃고 안정된 상태가 되려고 한다. 이렇게 원자핵이 방사선 등을 방출해 에너지를 잃는 과정을 ‘방사성 붕괴’라고 한다.
그런데 우라늄의 방사성 붕괴는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방사성 붕괴를 일으켜 라듐이 되지만, 라듐 역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우라늄은 여러 번의 방사성 붕괴를 통해 라듐과 라돈으로 변하고, 안정된 원소인 ‘납’이 돼서야 붕괴를 멈춘다. 붕괴 과정에서 나온 에너지는 인체를 통과해 피부나 장기 조직을 변형시키고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전문가들은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환기를 자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라돈처럼 공기청정기로도 효과적으로 걸러내지 못하는 오염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라돈은 기체이기 때문에 창문을 열기만 해도 농도를 금세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각자 활동하는 공간의 오염 농도를 줄이는 수준에 불과하다.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미세먼지를 비롯한 오염물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아내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스모그 체임버’라는 장비를 사용한다. 커다란 방 안에 각종 오염물질을 정해진 양만큼 넣고 빛과 습도, 온도 등을 조절해 가며 관찰한다. 실험을 통해 어떤 조건에서 어떤 물질이 만들어지는지 알아내야 실제 대기에서 만들어지는 오염물질 연구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연구원이 연구용 항공기에서 대기 질을 측정하고 있다. ⓒNASA
김정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ddancel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