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북쪽 외곽 치안 실종사태 경찰의 흑인청년 집단폭행 이후 약탈-강도-방화 등 폭력사태 잇달아 극우 대선주자들 “정부 무기력” 비판
80∼100여 명의 학생들은 학교를 나와 마을을 행진하면서 연막탄을 피운 뒤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쓰레기통과 가구에 불을 질렀다. 가는 도중 별 이유 없이 고등학생 두 명을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학생 56명을 체포했고 8일 지역 검찰은 48명을 석방하고 8명을 기소했다.
파리 지역 의회는 7만 유로(약 8540만 원)의 손실이 났다고 추산했지만 돈보다 더 큰 것은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생드니를 향한 프랑스의 탄식이었다.
이번 폭력 사태는 지난달 2일 경찰 4명이 불심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던 ‘테오’라는 22세 흑인 청년을 붙잡아 집단 폭행과 성폭행을 가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생드니에서는 밤마다 상가를 습격해 물건을 약탈하고, 길에 세워진 차량을 부수는 폭동이 이어졌다. 지난달 12일에는 화염병과 돌을 든 시위대가 경찰 차량을 공격하고 경찰서를 세 차례 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11일에는 이 지역을 지나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잠시 정차한 사이 관광버스에 올라탄 시위대 일부로부터 가방과 돈을 뺏기는 강도를 당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생드니를 비롯한 파리 북쪽 외곽 지역이 슬럼화돼 치안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테오’ 사건으로 촉발됐지만 이어진 폭동은 이유도 명확지 않다. 이 지역은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평소에도 외지인이 오면 야유를 보내 파리 시민들도 가기를 꺼리는 곳이다. 주민 60%가 무슬림으로 이민자들이 많은 생드니의 2013년 폭력 건수는 1000명당 19.4건으로 프랑스 전체 평균(7.5건)의 3배가량. 실업률은 20%로 두 배 이상 높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프랑스 정치권은 사태 해결보다 유불리만 따지는 분위기다. 그러잖아도 각종 스캔들에 휩싸여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국민전선(FN) 마린 르펜과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 등 우파 후보들은 위기감을 부추겨 지지 세력의 결집을 꾀했다.
르펜은 “사회당 정부가 파리 주변 교외에서 통제력을 상실해 이곳이 무법천지가 됐고 마약 거래와 인종과 종교 갈등의 먹잇감이 됐다”며 “범죄에 무관용 정책을 펴야 할 정부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펜은 경찰 1만5000명 증원, 감옥 4만 개 신설, 사형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피용도 “이 상황을 참을 수가 없다”며 “경찰과 교사들을 강력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