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아이들 22명 초대 서울경찰청 기마대 ‘힐링 승마’
24일 서울 성동구 서울지방경찰청 경찰기마대에서 진행된 지역아동센터 대상 ‘힐링 승마교실’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말 위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8세 정수연(가명) 양이 말 위에 앉아 환하게 웃었다. 방울이 달린 분홍색 털모자에 얇은 패딩 점퍼 차림이었지만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즐거운 표정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이동민(가명·8) 군은 자신의 키만 한 조랑말에서 훌쩍 뛰어내리더니 “빨리 말한테 맛있는 당근을 주고 싶다”며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24일 서울 성동구 서울지방경찰청 경찰기마대에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근처 지역아동센터에서 온 어린이 22명이다. 몸무게가 500kg이 넘는 경주마와 200kg가량의 조랑말과 포니 등 말 5마리가 아이들을 태우고 연신 실내 마장을 돌았다. 추위 탓에 말들의 코에선 더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태풍’ ‘엄지번쩍’이란 이름에 걸맞게 말들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곁에서 말고삐를 잡고 인도한 경찰관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박상만 경장(32)은 “아이들이 말 위에 앉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때 내 딸이 생각나 행복했다”며 웃었다.
지난해 10월 기마대에 특별한 선물이 전달됐다. 서울 강서구 교남학교 아이들이 보낸 감사의 편지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그림편지다. 아이들은 같은 해 5월 학교를 찾은 경찰기마대를 통해 살아 있는 말과 처음으로 교감했다. 당시 기마대와 만났던 김관성 군은 말 그림과 함께 말을 타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오려 한 장의 도화지에 담았다. “경찰 아저씨, 또 와주세요. 말이 보고 싶어요”라는 문구도 적었다.
양창복 경찰기마대장(55)은 “아이들이 보낸 그림편지를 볼 때마다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며 “최순실 게이트 탓에 말이나 승마를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이 커진 것 같은데 힐링 승마를 통해 조금이나마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