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재용 부회장
이 부회장 본인은 해외에서 영어 이름 ‘Jay’로 불리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를 한 ‘서양화된(westernized)’ 인물이지만, 결국 ‘삼성’이란 한국식 재벌 체제에 적응해야 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전날 사설을 통해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FT는 “영어 이름 ‘Jay’를 쓰는 이 부회장은 주주 배당 확대와 해외 기업 인수 등 다소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기업 개혁 방향을 설정해 놨다”고 분석했다.
FT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 부회장 구속 수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무조건 관용을 베풀기보다는 법정에서 공정하고 엄격한 절차를 밟는 게 중요하다”며 “이 부회장이 유죄로 판명난다면 죗값을 치러야겠지만, 무죄라면 더 이상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어선 안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식 재벌 체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재벌이 한국 경제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으며, 10대 재벌의 연매출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80%를 넘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한국 특유의 재벌 체제로 인해 이 부회장의 구속이 가져다줄 타격의 심각성도 지적했다. NYT는 “재벌 문화는 한국에서 종종 제정 군주제에 비유되는데, 회장이 기업에 대한 결정을 하거나 승인을 해야 한다. 따라서 실질적인 리더인 이 부회장의 부재는 일반적인 회사에서 최고 중역의 부재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일본 전자업체들에 좋은 기회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18일자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은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에 이어 기업 이미지를 크게 저하시키는 문제”라며 “소비자들의 ‘삼성 기피’가 가속화되면 일본 전자업체들엔 사업 기회가 늘어 스마트폰 및 TV의 세계 점유율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샘물 evey@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