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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워진 오버클러킹, 이제는 자동으로?

입력 | 2017-02-21 14:18:00


PC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은 모두 각자의 클럭(clock, 동작속도, 주파수)을 유지하며 동작한다. 클럭이 높을수록 성능도 당연히 향상되지만, 무한정 클럭을 높이는 건 불가능하다. 클럭이 높아질수록 소비전력과 발열 역시 급속도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계치를 넘어설 정도로 무리하게 클럭을 높이면 해당 부품은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부 PC 사용자들은 이런 금기를 넘나들며 임의로 CPU나 메모리(RAM), 그래픽카드의 클럭을 기준치 이상으로 높이는 오버클러킹(overclocking)을 하기도 한다. 오버클러킹에 실패하면 부품 손상, 더 나아가서는 시스템 전체의 손상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도전한다. 성공하면 추가적인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고가의 상위 부품에 필적하는 고성능을 얻을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데스크탑 메인보드에 CPU를 탑재하는 모습(출처=IT동아)


반도체 생산 과정의 특성 역시 오버클러킹 욕구를 자극한다. 이를테면 같은 브랜드의 CPU라도 시장에서는 클럭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에 팔린다. 하지만 실은 이들 모두 같은 공정으로 생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모두 3.0GHz 클럭으로 동작하는 CPU를 만들고자 생산했건만, 일부 칩은 최대 속도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이런 제품은 2.5GHz로 최대 클럭을 설정해 출고한다. 그리고 일부 칩의 경우는 3.0GHz로 충분히 잘 동작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2.8GHz 정도로 설정해서 출고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오버클러킹이란 이러한 수율(총 생산량 대비 완성품의 비율)의 특성을 노려 해당 부품이 본래 발휘할 수 있는 실제 최대 성능을 일깨우는 작업이라고 강조하는 마니아들도 있다. 물론 해당 사용자가 구매한 부품이 진짜로 좋은 수율에서 생산된 제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운에 맞기는 셈이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오버클러킹이 그리 쉬운 건 아니다. 버스 클럭과 배수, 전압 등을 소수점 단위로 조금씩 올려가면서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테스트 하고, 성공하면 또 한 단계씩 수치를 올린 후 또 테스트를 거친다. 그러다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지점에 이르면 또 수치를 낮춰가며 최적의 지점을 찾는 것이 오버클러킹의 기본적인 흐름이다. 말은 쉬워도 상당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데다 노하우도 제법 필요하다.

오버클러킹 막던 하드웨어 제조사들, 이젠 권장?

이러한 오버클러킹 행위에 대해 2000년 즈음 까지만 해도 하드웨어 개발사들은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CPU의 최종 클럭은 버스 클럭(시스템 내부의 처리속도)에 몇 배수를 곱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1990년대 말부터 CPU 제조사들은 오버클러킹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자가 CPU의 배수를 변경하지 못하게 잠금 기능을 걸어서 출고하기 시작했다.

인텔 K, AMD 블랙에디션은 오버클러킹 제한 기능이 해제되어있다(출처=IT동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버클러킹에 대한 마니아들의 열망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인텔 및 AMD를 비롯한 CPU 제조사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을 위해 오버클러킹 제한을 푼 마니아용 고급형 CPU를 따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인텔의 K 시리즈나 AMD의 블랙에디션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픽 카드 제조사들은 장치 드라이버(하드웨어를 구동하기 위한 기본 프로그램)에 클럭을 조절할 수 있는 도구를 함께 넣어 배포하고 있으며, 메인보드 제조사들도 자사 제품이 오버클러킹에 굳건히 견딜 수 있는 높은 내구성의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마니아에서 일반인의 영역으로

오버클러킹이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일반인들도 쉽게 오버클러킹에 도전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 상당수 메인보드 제조사들은 자사 메인보드용 오버클러킹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이용하면 클릭 몇 번으로 오버클러킹 최적화 값을 찾을 수 있다. 에이수스의 AI Suite 같은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이다.

에이수스 AI Suite 소프트웨어(출처=IT동아)


오버클러킹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는 메모리 오버클러킹 역시 난이도가 낮아지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고급형 메모리 및 메인보드는 XMP(Extreme Memory Profile) 기능을 지원한다. XMP란 사전에 테스트된 최적의 설정 값 몇가지를 메모리 내에 저장해 두고 이를 지원하는 메인보드에서 설정 값을 불러내 좀더 손쉽게 오버클러킹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일상화, 본격화되고 있는 자동 오버클러킹

아예 자동 오버클러킹과 유사한 기능이 기본 탑재된 채로 설계, 출고되는 경우도 일반화 되었다. 최근 출시되는 CPU나 그래픽카드는 대부분 이용 환경에 따라 클럭이 자동 조절된다. 평상시에는 소비전력과 발열을 줄이기 위해 낮은 클럭으로 동작하다가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할 때 순간적으로 클럭을 높여 작업 효율을 높인다. 인텔 터보부스트 기능이나 AMD 터보코어 기능이 탑재된 CPU의 순간 최대 클럭은 해당 CPU의 기본 클럭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다.

조만간 출시될 AMD의 라이젠 프로세서(출처=IT동아)


한편, 오는 3월에 출시가 예상되고 있는 AMD의 신형 CPU인 라이젠(Ryzen)은 좀더 본격적인 자동 오버클러킹이 탑재된다고 알려졌다. 새로 개발된 센스MI(SenseMI) 기술을 통해 전압 및 전류, 온도 등을 실시간 감지, 설정하면서 초당 최대 1,000회씩 최적의 클럭 속도로 조절, 체감적인 속도 향상을 극대화한다고 AMD는 밝힌 바 있다. 특히 시스템에 탑재된 냉각 장치의 성능을 감지, 이에 따라 최대 클럭 수치가 달라진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AMD 라이젠은 최대 8개의 물리적 코어를 갖추고, 여기에 가상 멀티쓰레딩 기술(SMT)이 더해져 최대 16 쓰레드(논리적인 CPU 코어 수)를 발휘하는 것도 특징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