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혁 기자
박 씨의 투자 노하우는 H지수에 주목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아시아지역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상승폭이 크기 때문이다. H지수 관련 상품들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고,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도 빠르게 조기상환되고 있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H지수는 연초부터 17일까지 10.27%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 코스피는 2.67% 오르는 데 그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17%),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63%) 등도 H지수보다 상승률은 낮았다. 연초 9,000 선 초반에 머물던 H지수는 이달 들어 10,000 선을 넘으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7,500 선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완연한 회복세다. 글로벌 주요 증시 중에서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보다도 상승폭이 크다. H지수의 상승세로 관련 금융상품의 올해 수익률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미래에셋 인덱스로차이나H레버리지2.0’ 펀드는 올해 들어 22.93%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지수 상승률에 2배의 수익을 주는 레버리지 구조 덕분이다. H지수 자체를 투자 상품으로 하는 인덱스 펀드인 ‘KB스타 차이나H인덱스’ ‘신한BNPP 차이나인덱스’도 올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고 있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의 조기상환도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발행 잔액은 33조6000억 원으로, 4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2015년 7월 H지수가 11,000∼12,000에서 움직일 때 발행된 상품이 조기상환되면서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H지수가 14,000의 80% 수준인 11,200을 넘으면, 2015년 상반기 발행된 ELS의 조기상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H지수의 상승세가 유지될지에 쏠려 있다. H지수 상승세의 원인으로는 중국 본토에서의 자금 유입이 꼽히고 있다. 중국에서는 위안화 약세 우려에 따른 자금 유출 가능성이 고개를 들며 지난달 외환보유액 3조 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자본유출 통제를 강화하는 시점에서 홍콩 H지수는 중국 내 자금을 합법적으로 외부로 빼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박 씨가 H지수 관련 상품에 투자할 때 원칙이 있다. 그는 ‘1년 이상 묶여도 괜찮은 자금’인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H지수의 변동성이 크다는 게 눈으로 확인된 이상 당장 써야 할 돈을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건 무리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최홍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회복과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없는 H지수 상승세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관련 상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