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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실습 중 ‘커대버’ 함부로 다루는 사례 많다”

입력 | 2017-02-20 03:00:00

대학병원 ‘커대버 기념촬영’ 논란




4일 가톨릭대 의대 해부학실습실에서 열린 해부 실습 행사에서 의사 5명이 시신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중 한 의사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일부 의사들이 한 대학병원에서 해부 실습용 시신(커대버)을 앞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어 물의를 빚은 가운데, 이 대학이 의료기기 업체에 해당 커대버와 실습 장소를 제공한 뒤 받은 돈의 성격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기증받은 시신을 영리를 위해 활용하는 것은 윤리적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 해부실습비가 시신 제공 대가?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업체 S사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내 가톨릭대 의대 해부학실습실에 정형외과 의사들을 초청해 ‘족부(발) 교육 워크숍’을 열었다.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들이 개업의를 상대로 수술법을 알려주는 자리로 80명가량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인하대병원 교수 1명과 개업의 4명은 커대버의 발 앞에서 사진을 찍어 “토요일 카데바 워크숍”, “매우 유익했던…자극도 되고”라는 설명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사진 속 의사 중 3명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의학 발전과 교육을 위해 기증된 커대버의 사진을 찍는 것은 예우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고, 시신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최고 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사건 이후 의료계에서는 “가톨릭대가 S사에 실습 장소와 커대버를 제공한 뒤 실습비 등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체해부법에 따르면 커대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전이나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급부를 목적으로 취득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해서는 안 된다. 생명윤리법에는 인체 조직이나 그로부터 분리된 염색체 등 ‘인체유래물’의 경우 오염 방지 보관 등의 이유로 이를 보관하는 데 드는 실비를 받을 수는 있지만 커대버에는 시체해부법이 우선 적용된다.

S사는 돈을 지불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실습 장소 대여를 위한 것이었지 커대버 자체에 대한 대가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가톨릭대는 “커대버의 동맥과 정맥을 구별하기 위한 약물 처리 등 실습을 위한 특수처리 비용과 준비비가 실습비에 포함될 수는 있다”며 설명했다. 황의수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가톨릭대가 기증받은 커대버를 업체에 제공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을 했는지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시신 부적절하게 다루는 사례 많아”


이번 사태가 일부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해부 실습 관행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문한 의과대학 교수 2명과 개업의 2명, 전공의 3명 등 의사 7명 중 3명은 해부 실습 중 시신을 부적절하게 다루는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다수의 의사는 기증받은 시신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진심으로 예우를 다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부적절한 사례가 얼마든 더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방 국립대 의대를 졸업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몇몇 학생이 ‘재밌다’며 커대버의 안구를 반복적으로 빼는 경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일부 학생들이 커대버의 신체 특징을 언급하며 뒷얘기를 하기에 주의를 준 적이 있지만 해부실습 땐 교수 1명과 조교 2명이 학생 100∼150명을 한꺼번에 통제해야 해 관리 사각지대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대를 나온 전공의 A 씨는 “일부 후배들이 ‘고급 학문을 배우고 있다’는 자만심 탓에 최근엔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 비밀 SNS에 커대버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에 대한 윤리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이번 행위에 대해 의협 내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며 “의대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의료현장 연수교육의 윤리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