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난해 2년전보다 1만건 늘어
9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개찰구에서 역무원이 한 중국인 관광객을 멈춰 세웠다. 대형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개찰구를 나서던 여성은 갑작스레 제지당하자 당황해했다. 여성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접촉하자 개찰구에는 ‘어린이 할인’을 표시하는 녹색등이 켜졌다. 여성이 쓴 교통카드를 조회해 본 결과 역시 어린이(초등학생) 전용 카드였다. 이 여성은 지난해 여름 국내에서 어린이 전용 교통카드를 산 뒤 몇 차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지하철을 타고 왔기 때문에 성인요금 4150원을 내야 했지만 어린이 할인을 받아 1150원만 지불한 셈이 됐다. 이 중국 여성은 철도사업법에 따라 정상 이용료와 정상요금의 30배인 부정승차 부가금을 합쳐 12만8650원을 냈다.
비슷한 시간 같은 역 다른 개찰구 앞에서 한 남성이 안주머니에서 교통카드를 꺼냈다. 이 남성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단말기에 카드를 대지 않고 몸을 최대한 숙여 개찰구를 통과했다. 경험이 많은 듯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개찰구를 뛰어넘는 사람도 포착됐다.
최근 들어 ‘연령우대카드’를 악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홍대입구역 관계자는 “20, 30대 승객들이 청소년이나 어린이 전용 카드를 사용해 적발된 경우가 상당수”라면서 “카드를 발급받는 데 별도의 인증 과정이 없다 보니 쉽게 악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까지 부정승차에 ‘동참’하는 형편이다. 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는 “여행객끼리 이 같은 꼼수를 공유하고 적발되면 모르쇠로 버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법규 준수 사항을 따로 교육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단속도 녹록하지만은 않다. 실시간 모니터링이 쉽지 않은 데다 현장에서 적발해도 “승차권을 분실했다”는 둥 발뺌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 등으로 부정승차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 같다”면서 “그렇더라도 정당한 요금을 내고 타야 한다는 시민의식은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