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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외듯 “양꼬치엔 칭다오”

입력 | 2017-01-26 03:00:00


양꼬치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노릇하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칭다오 맥주와 중국 백주가 떠오른다. 양꼬치 전문점에서 다른 술을 달라고 하면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비어케이 제공

 “여기 칭다오 맥주 한 병 주세요.”

 23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양꼬치 전문점. 10여 개의 테이블에 놓여 있는 술이 마치 통일이나 한 듯 녹색 병의 칭다오 맥주였다. 궁금한 마음에 옆 테이블 사람들에게 “왜 칭다오 맥주인가” 하고 물었다. “양꼬치엔 역시 칭다오죠!”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치맥’(치킨+맥주)이 열풍이라는데 한국은 ‘양꼬치엔 칭다오’가 대세다. 여기에 고량주로 대표되는 독한 중국 백주도 덩달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수입맥주 매출액에서 칭다오 맥주가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하이네켄, 아사히, 벡스, 호가든 로제가 뒤따르고 있다. 중국 백주의 매출 신장률도 눈에 띈다. 지난해 4분기 이마트 주류 매출 조사에서 백주가 전 분기보다 85% 증가했다. 위스키(13.9%), 사케(―0.4%)와 확연히 비교되는 수치다.

 이마트 오본현 수입맥주 바이어는 “칭다오 맥주가 3년 전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해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맥주가 됐다”며 “중국 백주도 반응이 좋아 앞으로 종류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칭다오 맥주를 수입·유통하고 있는 비어케이는 “수입맥주 시장이 2013년부터 매년 20∼30% 정도 성장하고 있다”며 “칭다오 맥주도 2015년부터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칭다오 맥주의 인기는 2년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정상훈이 유행시킨 “양꼬치엔 칭다오”의 영향이 컸다. 반면 칭다오 맥주를 뺀 중국 하얼빈 맥주와 설화 맥주는 국내에서 별 인기가 없다. 오 바이어는 “하얼빈 맥주와 설화 맥주는 칭다오 맥주 매출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칭다오 맥주와 중국 백주의 인기는 최근 급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는 양꼬치 전문점의 영향이 크다. 양꼬치 전문점이 집중돼 있는 ‘양꼬치 거리’까지 생기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양고기도 2012년 5248t에서 지난해 1만2334t으로 늘었다.

 이기중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는 “양고기 특유의 거칠고 야생적인 맛이 칭다오 맥주의 약간 거친 맛과 어울려 궁합이 잘 맞는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중국술을 많이 찾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브루마스터이기도 한 윤정훈 플래티넘맥주㈜ 부회장의 진단은 다르다. 그는 “칭다오 맥주가 국내 맥주보다 뛰어난 맛은 아니다. 다만 중국 맥주의 유행은 다양한 니즈를 지닌 한국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한국 맥주의 다양성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맥주와 백주의 인기는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일본 맥주와 사케의 유행 현상과 비슷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교수는 “중국술의 인기는 일식에 일본술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과 비슷하다. 앞으로 또 어떤 특정 국가의 음식이 떠오르면 그 국가의 술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