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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황교안, 대선 불출마 선언 없이 위기관리 어렵다

입력 | 2017-01-24 00:00:00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복합적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국정에 임하고 있다”며 확고한 안보와 경제 회복,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 등 4가지 국정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디 하나 강조점을 찍을 만한 대목이 없다. 권한대행을 맡은 작년 12월 9일 이후 40여 일의 국정 파악 결과라지만 구체성 없는 정책 나열에 그쳤다.

 기자들의 첫 질문도 단연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문제였다. 최근 5% 안팎의 대선주자 지지율을 나타내면서 ‘보수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황 대행은 “지지율 보도는 나와 관계없고, 지금은 오직 국정 안정화 생각뿐”이라고 답했다. ‘향후엔 생각이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지금은 여러 생각할 상황이 아니다”라고만 했다. 별 탈 없이 국정을 관리하다 기회가 되면 출마할 수도 있다는 소리로도 들린다.

 대통령 자리에 초연할 국무총리는 없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 아래서 역대 총리들은 권한의 한계를 절감하며 설움을 토로했고, 더러는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황 대행도 대선 30일 전에만 사퇴하면 입후보가 가능하다. 그가 출마하면 유일호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하지만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로 또다시 권한대행이 나온다면 나라꼴이 뭐가 되겠는가. 황 대행은 출마 선언 즉시 ‘국정 방기(放棄)’ 책임론에 휩싸일 게 뻔하다. 그의 주변에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 공무원들도 말을 안 듣는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황 대행에게 순리(順理)를 넘은 헛꿈을 심어주는 아첨이다.

 황 대행은 국민적 통합을 호소하며 여야정 국정 협의를 거듭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안 하면 ‘뭐하느냐’ 하고, 열심히 하면 ‘오버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처신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으려면 ‘사심(私心)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지 말아야 한다.

 지금 국민이 황 대행에게 바라는 것은 법무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때 보여준 강단 있는 모습이다. ‘내가 권한대행으로 있는 동안 사드나 청년 일자리 문제만큼은 현장에서 챙기겠다’는 식으로 자신을 던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호위무사’ 소리를 들었던 황 대행은 이제 대한민국의 호위무사로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대선 출마 문제부터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 “출마 안 한다”, 그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