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쇼박스 등 대형배급사 투자… 사회비판적 영화 새해 트렌드로
새해엔 1980년대 민주화 시절을 다룬 영화가 잇달아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민주주의’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했고, 사회 비판적 영화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요즘 극장가 추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제작되는 영화 ‘1987’은 그해 1월 벌어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 민주항쟁을 스크린에 옮긴다. 박종철의 사망 이후 시점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이를 파헤치려는 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하정우 김윤석 강동원 등 흥행 배우들이 출연을 확정지었다. 6월 항쟁 30주년을 맞은 올해 개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첫번째 사진)와 ‘꽃잎’. 동아일보DB
올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배우 송강호가 외신기자를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모는 택시운전사 만섭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촛불집회에서 보듯 제대로 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시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상업 투자배급사들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지난해 여러 사건을 겪으며 이제는 무조건 눈치만 보는 게 아님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움직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제작사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비판적 영화는 한국 영화의 거대한 흥행 트렌드가 됐다”며 “예전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현대사나 정치적인 소재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샌 분위기가 확실히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대형 투자배급사가 나선 영화 외에도 현재 제작비를 시민 모금 중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란 인권 영화도 올해 5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역시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로 당시 의문사한 대학생 가족이 겪는 국가의 폭력과 아픔을 다룬다. 한없이 어두운 영화가 아니라 ‘웃픈’(웃기면서 슬픈) 영화라는 게 연출을 맡은 박기복 감독의 설명이다. 박 감독은 “시민 모금으로만 6500만 원이 모였고 현재 35%가량 촬영이 진행된 상태”라며 “요즘 시국과 맞물려 제작 상황도 좋아졌고 민주화 소재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도 훨씬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