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본보 창간 100주년 앞두고 올해부터 각종 공연-기념사업 펼쳐
발레리나 김주원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사는 ‘문화주의(文化主義)’를 3대 사시(社是) 중 하나로 제창한다.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후 6·25전쟁으로 피폐한 상황에서도 문화운동을 활발히 펼쳐 왔다. 본보는 2020년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앞두고 올해부터 ‘동아(東亞)의 문화주의 100년’을 조명하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동아연극상, 동아음악콩쿠르, 동아무용콩쿠르, 동아국악콩쿠르 등의 수상자들이 출연하는 기념공연과 행사도 추진된다.
○ 연령 학력 차별 없는 대국민 오디션
세계적인 소프라노 신영옥 씨(56)는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일보 사옥을 지날 때마다 옛 추억을 회상한다. 그는 “1978년 동아음악콩쿠르에서 고교 재학생(선화예고 2학년)으로는 처음으로 입상하면서 처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신 씨는 미국 줄리아드음악원을 졸업하고 199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데뷔하며 일약 스타가 됐다. 1992년 동아일보 초청으로 첫 국내 독창회를 가졌던 그는 “1년 뒤 돌아가신 어머니가 본 제 마지막 독창회여서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1961년 시작된 동아음악콩쿠르는 연령, 학력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국민 오디션’이었다. 1회 피아노 부문 우승자인 신수정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김대진 강충모, 지휘자 임헌정, 성악가 연광철 임선혜,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강동석 유시연, 첼리스트 송영훈, 비올리스트 김상진 등 한국 음악계의 스타를 배출해 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가르친 원로 피아니스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74)는 “국내 연주자들의 기량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50년이 넘도록 꾸준히 지속돼 온 동아음악콩쿠르가 있었다”고 말했다.
○ 연극사를 이끌어 온 한국 최초의 연극상
1964년 출발한 동아연극상은 한국 최초의 연극상이다. 극작가 고(故) 박조열 씨는 “연극인들은 동아연극상 대상 수상 극단에 수여되는 상금 ‘30만 원’에 놀라고 감격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쌀 한 가마가 3000원이었다. 역대 연출상을 수상한 김정옥 임영웅 오태석 윤호진 이상우 김석만 김광림 이윤택 고선웅 씨 등은 한국 연극계의 주축이 됐다. 동아연극상 개인 최다 수상자(7회)인 이윤택 씨는 “부산에서 연극을 시작한 데다 명문 예술대 출신도 아닌 내가 기성 연극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건 동아연극상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2006년 사재 2억 원을 동아연극상에 기부한 데 이어 매년 ‘유인촌신인연기상’ 상금을 지원하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동아연극상 연기상 출신이다. 배우 신구 씨도 “제대로 된 상이 없던 시절 동아연극상은 연극인들에게 최고의 자부심이었다”고 했다.
1985년 시작된 동아국악콩쿠르는 왕기석 왕기철 유태평양(이상 판소리), 정수년 강은일(이상 해금), 원일(피리) 등 800여 명의 국악인을 배출했다. 또한 1956년 동아일보가 창설한 국수전은 조남철 김인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9단 등 대한민국 바둑계의 국수(國手)를 배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