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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밑바닥 팀 끌어올리는게 내 팔자”

입력 | 2016-12-29 03:00:00

프로배구 전반기 2위… 돌풍의 한전 신영철 감독




지난 시즌 5위에서 현재 2위로 약진하며 프로배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전력. 선수들에게 열정, 신뢰, 역지사지를 강조한다는 신영철 감독은 최근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매 경기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반환점을 돈 2016∼2017시즌 프로배구 V리그에서 한국전력의 돌풍이 거세다. 시즌 개막 전에 열린 KOVO컵 대회에서 전승으로 프로 출범 후 첫 우승을 차지한 한국전력은 현대캐피탈에 이어 남자부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5위(14승)로 봄 배구에 실패했지만 이번 시즌엔 전체 6라운드 중 절반을 마칠 때까지 13승을 따냈다.

○ “주전 전원이 MVP”

 27일 경기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안방경기에서 풀세트 끝에 패배한 뒤 감독대기실에 들어선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52)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팀 전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 선수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전력과의 계약(2년 뒤 2년 재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은 신 감독은 “팀을 맡은 4년 중 올해가 선수들 간의 역할 분담이 가장 좋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날개 공격수인) 전광인(25), 서재덕(27)을 빼면 다른 포지션에서는 선수 층이 얇고 실력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며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이 3라운드까지 팀 내 최우수선수(MVP)로 ‘주전 전원’을 꼽는 이유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 온 신 감독의 퍼즐 맞추기는 올 시즌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에서 벤치를 지키다가 지난 시즌 중반부터 한국전력에 합류한 세터 강민웅(31)은 올 시즌 세트 1위(세트당 11.640개)로 잠재력을 터뜨렸다. 은퇴 기로에 서 있다가 올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한국전력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센터 윤봉우(34)도 블로킹 선두(세트당 0.733개)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신 감독은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그만큼 잘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니 그 자체를 즐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익숙했던 ‘지는 팀 분위기’를 걷어내기 위한 신 감독의 노력이다. 올 시즌 1경기를 뺀 모든 경기에서 노란 넥타이만을 매는 것 또한 좋은 흐름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신 감독은 “3라운드까지 경기가 골프의 드라이브, 아이언 승부였다면 매 경기가 중요한 후반부는 쇼트 게임이다. 좀 더 세밀한 플레이를 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세터 민웅이와 (외국인 선수) 바로티(25)가 어떻게 해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마지막 날(31일)에 열리는 현대캐피탈과의 경기는 선두 다툼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밑바닥 팀 끌어올리는 게 내 팔자”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 한국전력 제공

 1996년 삼성화재의 플레잉코치로 출발한 신 감독의 지도자 생활은 어느덧 20년 차에 접어들었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대한항공에 이어 한국전력 감독을 맡은 신 감독은 “무슨 업보가 있는지.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같은) 명문 팀이 아닌 주로 밑바닥에 있는 팀을 끌어올리는 게 내 팔자”라고 말했다. 2013년 선수 생활을 했던 친정팀 한국전력의 사령탑으로 17년 만에 돌아왔지만 상황은 더욱 나빴다. 신 감독은 “친정팀에 돌아왔다는 기쁨보다 난감함이 앞섰던 게 사실”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는 배구를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요새 유행한다는 스피드 배구를 하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선수 구성이 되지 않는 걸 어떻게 하겠나. 그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뽑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수단 운영 등 행정가로서의 감독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월드리그에서 세터상을 두 차례나 받았던 신 감독의 남은 꿈은 세터 후계자 양성이다. 신 감독은 “일단 이번 시즌 우승을 한 뒤 새해에도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을 만들겠다”며 운을 뗀 뒤 “장기적으로는 최근 한국 세터 포지션이 침체돼 있는데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비해서라도 제대로 된 국가대표 세터를 키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