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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카드기부 ‘디지털 자선냄비’가 사라졌네

입력 | 2016-12-28 03:00:00

“새 나눔문화 만들자” 2012년 첫선… 재원부족-모금저조 4년만에 중단
구세군 “내년 재추진 방안 검토”




 서울 관악구에 사는 회사원 박나영 씨(26·여)는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신용카드를 꺼냈다가 다시 넣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년 냄비에 부착된 카드 단말기를 이용해 기부를 했었는데 올해는 거리 곳곳의 냄비마다 카드 단말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이 31일 마감을 앞둔 가운데 올해는 ‘디지털 자선냄비’가 거리에서 사라졌다.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새 나눔 문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2012년 첫선을 보였지만 관심과 지원이 줄며 자취를 감췄다.

 디지털 자선냄비는 신용카드사로 구성된 ‘신용카드사회공헌위원회’의 지원으로 운영됐다. 위원회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억3000여만 원을 들여 구세군에 신용카드 단말기, 결제에 필요한 통신비, 시스템 운영비 등을 지원했다. 2014년 360여 대, 지난해 200여 대가 운영됐다.

 하지만 위원회는 올해부터 지원을 중단했다.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했던 신용카드 사회공헌기금 잔액 67억 원을 내년 출범할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에 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재단 설립을 위해 구세군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차후 구세군 지원 여부는 신설 재단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모금 실적도 원인이 됐다. 당초 구세군은 디지털 자선냄비 모금 비중 목표를 전체의 10%로 추산했지만 결과는 매년 1%도 되지 않았다. 구세군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자선냄비 모금액은 1900여만 원으로 전체 자선냄비 모금액 39억5000여만 원의 0.4%에 그쳤다.

 하지만 국민의 지급수단 사용 양상이 크게 변하면서 적극적인 디지털 자선냄비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발표한 올해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급수단으로서 신용카드의 비중(50.6%)은 현금(26.0%)을 압도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각각 54.8%, 13.6%였다.

 구세군 관계자는 “(디지털 자선냄비 부진은) 카드 결제보다 직접 현금을 넣는 데 익숙한 기부문화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는 시행하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재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