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도밍고 로드리게즈 페이스북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던 남성이 약혼녀와 결혼식을 올린 후 36시간 만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CNN은 백혈병 환자 라울 이노호사와 그의 약혼녀인 이본 라마가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백혈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이노호사는 어느 날 병원 원목에게 “그녀(이본 라마)와 결혼을 하고 싶다”며 마지막 소원을 말했다.
원목 역시 당장 결혼식을 추진했고 라마는 약혼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결혼소식을 알렸다.
가족과 병원도 이들이 하루 빨리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이노호사와 라마는 11년 간 함께 했다. 라마는 “그는 존경스럽고, 로맨틱한 남성이다. 그리고 내게 모든 것을 주는 남자였다”라며 “그는 언제나 나를 미소짓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노호사와 라마 사이에는 9세 아들이 있다. 라마는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세 딸도 있었다. 이노호사는 세 딸 역시 자신의 자녀처럼 극진히 돌봤다.
이노호사는 2007년 라마에게 프러포즈를 했지만 두 사람은 더 좋은 때를 기다렸다. 이노호사는 라마에게 동화 같은 결혼식을 올리게 해주고 싶어 열심히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것도 그가 백혈병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그 꿈은 산산조각 난 듯 했다. 병원비가 쌓이기 시작하자 평범한 결혼식 조차 올리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부부의 연을 맺었다. 가족과 병원 직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
결혼식 당일에 간호사들이 줄을 지어 방 안에서 신부를 기다렸고 신부 라마는 아버지와 함께 병실로 입장했다. 라마는 “걸어오면서 정장을 입은 이노호사를 보며 숨이 멎을 뻔했다. 그만큼 그는 정말 멋졌다. 이건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라고 말했다.
비록 동화 같은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지만 이노호사와 라마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부부가 됐다.
CNN은 “결혼 후 라마는 성이 이노호사로 바뀌었는데 그가 한 첫 서명이 남편의 사망진단서였다”라고 알려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