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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영남이’, 식당 망하지 않는 법 알려드려요

입력 | 2016-12-13 03:00:00

푸드 스타트업 김기웅 대표




식당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주방시설 공유서비스 스타트업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김기웅 대표. 그는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김용건과 고두심의 아들인 ‘영남이’(아래 사진 가운데)로 15년간 출연한 아역 배우 출신이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동아일보DB

 “사장님, 영남이였어요?”

 푸드 스타트업인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36)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는 장수 드라마인 ‘전원일기’에 15년간 출연한 아역 배우 출신. 극중 양촌리 김 회장(최불암)의 큰아들네(김용건 고두심 부부) 맏이로 나왔다. ‘증권맨’을 거쳐 직원 20여 명을 이끄는 스타트업 대표가 된 그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그가 전원일기에 출연한 건 말문이 트이기도 전인 세 살 때. 엄마와 방송국에 갔다가 원래 출연하기로 한 아기 배우가 울어대는 바람에 즉석에서 출연한 걸 시작으로 고등학생 때까지 영남이로 살았다. 세상이 방송국 중심으로 돌아갔지만 방송국을 벗어난 세상은 순탄치 않았다. 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고교 졸업 후 잠시 방황을 했다.


 “주변에 닮고 싶은 친구들을 보니 자신의 목표를 갖고 소위 ‘좋은 학교’에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단 걸 깨달았죠. ‘그래, 나도 대학에 가보자. 기왕이면 좋은 학교에 가자’고 다짐했죠. 학원엔 안 갔어요. 대신 절에 틀어박혀 하루 12시간 넘게 입시 준비를 했어요.”

 다행히 좋은 점수가 나와 가고 싶던 대학에 갔다. 언젠가는 ‘나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어 경영학과를 택했고 졸업 후 대우증권 등 증권사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활약했다.

 “당시 일본에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장기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도시락이나 가정간편식(HMR)이 뜬다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들이 많이 나왔어요. 곧 한국에 다가올 미래라 생각했죠.”

 그는 2014년 퇴사해 도시락집을 차렸다. 하지만 속된 말로 ‘개고생’을 했다고 했다.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가 많아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구조였던 것. 신규 식당의 절반 이상이 1년을 못 버티고 폐업하는 것을 현장에서 봤다.

 “같은 골목에도 다양한 음식점이 있지만 각각의 피크 시간이 다르죠. 도시락집은 식사 시간 전후에, 분식집은 오후 서너 시에, 치킨집은 밤에 바쁘잖아요. 이때를 빼면 시설과 인력을 놀려야 해서 비효율적이었죠.”

 그는 주방시설 등을 여러 식당이 함께 사용해 비용을 낮추는 서비스인 ‘위쿡’을 고안했다. 그는 현재 도시락집과 기업체 직원용 아침식사 배달 서비스, 케이터링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위쿡에 가입한 회원식당이 제공하는 개성 있는 음식으로 종합 메뉴를 만들어 이를 판매할 계획도 있다. 브랜드, 디자인, 마케팅, 판매까지도 지원해 ‘외식업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조사를 하러 미국에 갔는데 주방 공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키친 인큐베이터’가 2만여 개나 되더군요. 이곳을 거쳐간 식당의 생존율은 90%나 됩니다. 창업자들이 메뉴 개발과 음식 제조라는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김 대표는 색다른 시도도 하고 있다. 올해 9월 부산 비엔날레에서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의 미술 작가들이 좋아하는 음식의 레시피(요리법)를 주면 이를 음식으로 만들어 팔고, 동영상으로 음식 조리법을 올린 뒤 요리 재료를 함께 판매하기도 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와 서울산업진흥원의 투자도 받았다.

 그의 회사 운영 철칙은 ‘혼자 먹지 말자’는 것. 그는 “성과의 과실을 외식업 창업자들과 함께 나누며 성장하고 싶다”며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뛰어들어 쉽게 망하는 외식업 창업 시장에서 혁신을 일궈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