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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의 프리킥]경호실-군-경-국정원은 모두 알고 있었다

입력 | 2016-12-02 03:00:00



허문명 논설위원

 이전 정권에서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낸 이의 말이다. “최순실이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청와대를 무단으로 출입한다는 것, 문고리 3인방 권력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이고 간호장교 업무까지 경호실장에게는 전부 보고될 수밖에 없다. 몰랐다면 있을 수 없는 직무유기이고 알았다면 직을 걸고 잘못을 바로잡았어야 했다.”
 
경호실장 조사하라

 청와대 박흥렬 경호실장은 군(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김장수 주중 대사 직계라인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는 “경호업무가 막중하다”며 경호실장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지금 군 내부에서는 박 실장이 경호실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은 다하지 않고 군 인사에만 개입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간호장교 2명도 경호실 소속이다. 청와대에서는 물론이고 대통령이 외부로 이동할 땐 의무실장(중령급)이 수행한다. 특검이나 국회가 대통령과 관련된 간호장교들의 그동안의 업무를 조사하려면 경호실장은 물론이고 의무실장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

 문고리 권력과 최순실 일파가 분탕질을 치는 동안 정보기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국군기무사령부 예비역 장성들은 이렇게 말한다. “기무사는 군 내부정보를 취급하지만 군과 연결된 국내외 정보를 알 수밖에 없다. 군도 정윤회, 최순실의 비정상적인 국정 농단과 정경 유착 비리를 알 만큼은 알고 있었다. 다만 대통령이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독대 보고를 받지 않기 때문에 보고를 못했을 뿐이다.” 국방부 담당 기무부대장, 기무사령관 등의 조사도 필요한 이유다.

 경찰은 조직이 방대하다 보니 정보의 양과 질에서 타 정보 조직을 압도한다. ‘정윤회 문건 파동’ 때 박관천 전 경정이 ‘권력서열 1위 최순실’ 운운한 것은 경찰의 막강한 정보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찰은 과연 최 씨 비위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알았다면 어떤 조치를 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호실과 정보기관들은 최 씨의 존재와 역할을 모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첫 번째 이유는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받지 않는 자폐적, 비상식적 조직 운영 때문이었다.

 정보는 눈, 귀 등 오감기관이자 신경조직이다. 정보 관리야말로 조직 관리의 기본이다. 여러 정보 라인을 복수로 두고 각각 보고받으며 한편으로 경쟁시키고 한편으로 크로스체크하며 조직을 점검, 진단, 개혁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대면보고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정보기관 운용에 대한 기본적인 조직 관리가 안 되다 보니 모든 중요 정보를 측근 몇 사람을 통해서만 집중해 받았다. 이 과정에서 차단되고 왜곡된 정보들이 들어갔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눈과 귀를 막은 사람들

 국가정보원도 마찬가지이다. 차은택 후임으로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을 때 차 씨 비리를 국정원 직원에게 제보했는데 이를 상부에 보고한 직원이 갑자기 아프리카 발령을 받았다는 여명숙 전 단장의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안봉근 비서관이 비정상적으로 정보기관 업무에 개입했다는 증언들도 취재 과정에서 많이 들었다. 이런 유의 비서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친 간신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특검과 국정조사가 시작되었다. 중요 정보기관장들은 국민의 세금을 쓰고 권력을 누리기 이전에 대통령과 나라의 안위를 위해 몸을 던져야 할 사람들이다. 권한이 클수록 직무수행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도 엄중하다는 걸 이참에 분명히 했으면 한다. 일벌백계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