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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등에 올라탄 아시아계 ‘호랑이부인’

입력 | 2016-12-01 03:00:00

대만계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지명… 트럼프 내각, 亞여성 3명 기용




 아시아계 ‘호랑이 부인’이 미국 야당 퍼스트레이디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재건 공약을 수행할 장관에 발탁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새 행정부의 교통장관에 대만계인 일레인 차오 전 노동장관(63)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74·켄터키)의 부인이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경력과 영감을 갖고 있는 일레인은 우리의 (낙후된) 인프라를 재건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트럼프는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인도계), 시마 베르마 의료서비스센터(CMS) 센터장(인도계) 등 아시아계 여성 3명을 고위직에 포진시켰다. 복지부 산하인 CMS는 메디케어(고령층 의료 지원)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 지원)를 담당하는 기구다. 존스홉킨스대 출신으로 인디애나 주 정책고문을 맡고 있는 베르마는 인디애나 주지사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오는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교통부 부장관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8년 동안 노동장관을 지낸 미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장관이다. 8세 때 미국으로 이민 온 뒤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거쳐 뱅크오브아메리카 부사장 등으로 일하다 부시 부자(父子)에게 잇달아 발탁돼 행정 경험을 쌓았다. 노동장관 시절 규제 개혁을 밀어붙였고, 2003년엔 존 스노 당시 재무장관과 버스를 타고 미 전역을 돌며 부시 행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을 홍보하는 강단을 보여줬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내 야당 수장(首長)으로 위세를 떨쳤던 매코널의 부인을 교통장관에 발탁한 것은 남편과의 관계를 감안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를 위해 차오를 거쳐 매코널이 장악한 상원의 지원을 얻겠다는 것이다. CNN은 “차오의 발탁은 일종의 ‘BOGO(Buy One Get One·하나 사면 덤으로 하나 더 주는 것)’ 거래”라고 평가했다.

 차오는 40세이던 1993년 상원의원으로 잘나가던 매코널을 만나 결혼했다. 11세 연상인 매코널은 재혼이었다. 차오는 결혼 후에도 성(姓)을 바꾸지 않았고, 공직에서 물러나 있을 때는 남편을 돕는 데 진력했다. 2014년 남편의 상원의원 선거에선 후원금 내용을 직접 챙기는 등 선대위원장 역할을 했다. 당시 매코널이 6선에 성공한 뒤 “내 가장 큰 무기는 일레인”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평소에는 고령의 남편 건강을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초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기자와 우연히 만난 매코널은 부부 동반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당시 매코널은 “스테이크를 먹겠다”고 했지만 차오는 “기름기가 너무 많다. 샐러드 드시라”고 했고 결국 부인 뜻대로 됐다.

 이런 입지전적인 경력과 억척스러운 기질 덕분에 차오는 워싱턴 정가에서 ‘호랑이 부인’ ‘티타늄 여사’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매코널이 각종 협상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승부사라 ‘다스베이더’(영화 ‘스타워즈’의 악역)로 불리는 것을 보면 별명도 부창부수(夫唱婦隨)인 셈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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