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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언론인들 취재기로 본 한국 현대사

입력 | 2016-11-25 03:00:00

신간 ‘취재현장의 목격자들’




960년 5월 29일 미국 하와이로 망명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이승만 박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4·19혁명 한 달여가 지난 1960년 5월 29일 새벽 경향신문 기자로 일하던 윤양중 전 동아방송 보도국장은 이승만 박사의 사저인 이화장으로 달려간다. 얼마 전 대통령 하야 성명을 발표한 이 박사의 망명설을 동아일보가 1면 톱으로 보도한 데다 전날 “이화장을 잘 지켜보면 기삿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제보 전화를 받은 것.

 이화장 앞을 지키던 그의 앞에서 이 박사와 부인이 나타나 전용차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한 뒤 비행기에 오른다. 이 박사의 마지막 말은 “다 이해해 주고 이대로 떠나게 해 줘.” 하와이로 망명하는 이 박사의 모습은 그렇게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다.

 대한언론인회는 원로 언론인 33명이 현대사의 주요 현장을 취재한 뒷이야기를 묶은 ‘취재현장의 목격자들’(청미디어·사진)을 최근 발간했다.

 김영택 전 동아일보 기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주재 기자였다. 1980년 5월 18일 오후 4시 정각 공수부대원들에게 “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을 전원 체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군인들은 소총에 착검한 채 시위 참여 여부를 가리지 않고 시민들을 공격했다. 김 기자는 이후 열흘 동안 계속된 학살의 현장을 건물이나 으슥한 골목에 숨어 꼼꼼히 수첩에 기록했고, 이는 신군부가 정권 장악을 위해 폭력 작전을 의도했다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밝히는 근거가 됐다. 김 기자의 취재 수첩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다른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과 함께 등재됐다.

 책에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정치 참여 비화(홍인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1978년 대한항공 보잉707 여객기가 소련 무르만스크에 불시착한 사건 취재기(백환기 전 동아방송 기자), 박정희 대통령이 생전 마지막으로 충남 당진 KBS 단파 방송 송신소를 방문한 일(최서영 전 경향신문 정치부장), 1967년 이수근 북한 노동신문 부사장의 탈출기(신경식 전 대한일보 정치부장) 등에 얽힌 사연이 실려 있다.

 이병대 대한언론인회 회장은 발간사에서 “지면의 제약이나 시국 상황으로 보도되지 못했던 기사들과 이야기를 모은 역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었다”며 “책이 바른 역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