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21일 정치권과 문체부 전현직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3년 7월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국무총리 산하의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을 동원해 문체부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을 전격 감찰했다. 조 의원의 지시에 따라 공직복무관리관실 직원들은 두 사람의 사무실을 수색해 책상에서 공연티켓 등을 압수했다.
조 의원은 압수한 물품 및 두 사람에 대한 불리한 평가 등을 근거로 감찰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8월 당시 유진룡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나쁜 사람”이라고 이들 공무원을 지목했다. 청와대는 2014년 12월 두 사람의 경질 배경에 대해 “민정수석실로부터 체육계 적폐 해소가 지지부진한 원인이 담당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처 때문이란 보고를 받았다”며 감찰 사실을 인정했다. 조 의원의 보고서가 두 공무원 좌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전직 문체부 관계자는 “이 잡듯이 강도 높게 감찰했지만 별다른 비위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소극적’, ‘안일한’ 등을 강조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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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특별검사법 수사 대상엔 ‘관련 공무원을 불법적으로 인사 조치하였다는 의혹 사건’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조 의원을 포함해 두 공무원을 표적 감찰했던 지휘라인이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야당은 공무원들의 감찰과 좌천 인사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 씨의 딸 정 씨가 2013년 4월 열린 승마대회에 출전해 2등에 그치면서 최 씨는 불만을 품었고 그 직후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문체부에 대한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노 국장과 진 과장은 승마협회 내부의 최 씨 측근파와 반대파의 비위 사실을 고루 보고한 뒤 “최 씨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결국 경질됐다.
최근 조 의원은 “당정청 곳곳에 최 씨에게 아부하고 협조하던 ‘최순실 라인’이 버젓이 살아있다”고 하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권 초엔 최 씨의 사리사욕을 위한 찍어내기 인사에 관여해 놓고선, 지금은 남의 일인 양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문체부 공무원 감찰 보고서 작성 여부에 대해 “공직에 있던 때의 일은 말할 수 없다. 국가기밀 누설로 엮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전 경정 역시 “현직에서 수행한 업무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법률상에 위반되고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고만 답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