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계 일화 엮은 책 2권 ‘문단 풍속…’ ‘사랑을 쓰다…’
‘문단 풍속…’에 실린 문인들의 별난 술버릇은 현진건뿐만은 아니다. 시인 기형도는 술자리에서 함께한 문인들의 얼굴을 사인펜으로 그려주는 버릇이 있었다. 함민복 시인은 술에 취해 종종 소지품을 몽땅 잃어버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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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현의 ‘조선총독부’가 1967년 전 5권으로 출간됐을 때 ‘실록대하소설’이라는 설명이 붙었는데 독자들에겐 이 ‘대하(大河)’라는 용어가 낯선 것이었다. 이를 작가의 호로 착각하고 작가를 ‘대하 선생’이라고 불렀다는 후문이 있었다. 최인호의 유명한 연재소설 ‘별들의 고향’을 출간할 때 출판사에선 당시로선 유례를 찾기 어려운 ‘7년 독점 계약’이라는 입도선매식 조건을 내걸었다는 얘기도 흥미롭다.
‘사랑을…’에 묶인 편지들은 절절하다. 이광수는 일곱 살 난 아들 봉근이 사고로 죽자 아들을 향한 편지를 쓴다. ‘아직도 문소리가 날 때마다 혹시나 네가 들어오는가 싶어 고개를 돌린다. 큰 길가에서 전차와 자동차를 보고 서 있지는 않은지….’ 이상이 일본 유학 중이던 김기림에게 ‘무사히 착석하였다니 내 기억 속에 김기림이라는 공석이 하나 결정적으로 생겼나 보이다’라고 적어 보낸 편지에선 문우의 진한 우정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 작가들의 내밀한 개인사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들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