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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m² 독방… 오싹한 한기에 시간마저 얼어붙었다

입력 | 2016-10-28 03:00:00

28일 교정의 날… 정읍교도소서 1박2일




제71주년 교정의 날(10월 28일)을 앞두고 25일 전북 정읍시 소성면 정읍교도소에서 1박 2일로 치러진 수형자 체험에서 본보 배석준 기자가 독거실에 홀로 앉아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자유는 3.71m²(약 1.12평) 독거실 안에서만 허락됐다. 앉거나 누워서 잘 수 있는 사람 키만 한 공간과 대소변을 볼 수 있는 작은 화장실이 전부였다. 독거실에 수감된 순간부터 사방을 둘러싼 시멘트 벽은 한기를 내뿜었다. 가을 공기는 차가웠다. 교도소 독거실의 시간은 더디게 갔다. 짧아진 해도 천천히 떨어지는 것 같았고, 간신히 밤이 찾아왔지만 시간은 더디게만 흘렀다. 늘 사용하던 휴대전화도 가져오지 못했다. 복도와 옆방도 조용했다. 적막감이 감도는 감옥 안에 홀로 앉아 있으니 살아온 과거와 다가올 미래가 머릿속을 스쳤다. ‘절대로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기자가 제71주년 교정의 날(28일)을 앞두고 25일 낮 12시부터 26일 오전 10시까지 전북 정읍시 소성면 정읍교도소에서 수형자 체험을 했다. 중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교도소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 문제가 큰 수형자들이 머무르는 독거실이었다. 지난해 10월 2일 문을 연 정읍교도소는 일반경비시설과 중경비수용동 등으로 나뉘어 있고 현재 약 500명(여자 40여 명 포함)이 수용된 상태로 교도소 직원 151명이 관리하고 있다. 살인, 강도, 마약, 강간 등 범죄를 저질렀거나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다 잡혀 온 자들이 대부분이다.

 독거실에 홀로 있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집중 인성교육을 받았다. 푸른 수의를 입은 20여 명의 수형자와 함께였다. 부모의 사랑, 효도 등에 대한 강의를 들었고 수형자들이 강사의 질문에 답하는 식이었다. 과거에는 교도소의 정책이 수형자에 대한 감시와 처벌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교화와 사회 복귀에 초점을 맞추며 변화하고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수형자를 효율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놉티콘’(원형감옥)의 목적은 필요 최소한으로 남게 되고 사회에 다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데 교도행정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교정기획과 이정용 사무관은 “교도행정이 치료 중심으로 가고 있다”며 “교도소에서 1명이라도 교정·교화된다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도소에서는 수형자 개별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전통적인 작업도 실시하고 있다. 쇼핑백을 만들거나 베개를 만드는 일을 한다. 수형자들이 저지른 범죄에 맞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성폭력 재범 방지 교육, 중독 범죄자 재활 교육 등을 실시했다. 정읍교도소는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문화센터도 갖췄다. 문화센터에는 도서 약 5000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CD플레이어, 영화감상실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회와 연결고리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형식의 면회도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스마트접견을 실시해 민원인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용자와 스마트폰으로 접견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읍교도소 관계자는 “멀리 있는 교도소까지 오기 힘든 면회객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고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26일 오전 10시 정읍교도소를 나섰다. 한 교도관은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중형을 선고받은 강도범이 교도소 내에서 취사를 담당하다 사회에 나가 횟집을 운영하게 된 사례를 꼽았다. 4중 펜스로 둘러쳐진 교도소의 밖에서 교도관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정읍=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