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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사료 먹이고 백신 맞히고… 광어, 택배 타고 날다

입력 | 2016-10-28 03:00:00

[해양수산·양식업, 한국경제 새 먹거리]<7>‘국민횟감’으로 큰 완도산 광어




▲ 전남 완도군 광어 양식장에서 인부들이 수조를 청소하고 있다. 광어가 최대한 자연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바다 심층수를 공급하고 하루에 두 번 물을 교체해 준다.

 27일 오후 전남 완도군 완도읍 죽청리 고려수산㈜ 광어(넙치) 양식장. 완도수산질병관리원 소속 수산질병관리사들이 양식 광어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텅스텐 재질의 그물과 링거 등 장비를 갖추고 대형 수조에 들어선 관리사들은 가두리 형태로 광어를 한데 모은 뒤 작은 통로로 빠져나오는 광어의 배 부위에 백신을 주사했다. 가로세로 각각 10m 규모의 수조에서 자라는 광어 2800여 마리에게 백신을 투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이 채 안 됐다.

 노태헌 고려수산㈜ 대표(65)는 “양식 광어의 면역 증강을 위해 6개월마다 한 번씩 백신을 투여하고 있다”며 “백신을 주사한 이후에는 폐사율이 크게 줄어 매출액이 2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 무(無)항생제 시대 연 명품 광어 프로젝트

▲ 완도군 완도읍의 한 횟집 주인이 택배로 보낼 광어를 보여주고 있다. 택배 광어회는 배달하는 동안 10시간가량 숙성 시간을 거치기 때문에 감칠맛이 좋다.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 제공

 완도에서는 예부터 “광어가 앉은 자리는 뻘(갯벌)도 맛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광어는 깨끗한 곳에서만 서식하는 귀한 어류로 대접받아 왔다. 광어는 전복과 더불어 완도를 대표하는 수산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완도에서 광어는 연간 1만3000t이 생산돼 1300억 원의 소득을 안겨주는 효자 수산물이다.

 완도군과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은 2014년 ‘완도 명품 광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무항생제 양식 시대를 열었다. 명품 광어 프로젝트의 핵심이 바로 백신 공급 사업이다. 완도군은 올해 광어 양식장을 대상으로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28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사업을 위탁받은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은 광어 양식 150어가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백신은 광어를 키우는 과정에서 질병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여줘 건강하고 깨끗한 활어로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식 어민에게도 저비용 고품질의 명품 광어를 생산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표응식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 상임이사는 “백신 공급 사업을 하면서부터 항생제 사용이 거의 없어지고 조합원 대부분이 참여해 생산량도 덩달아 늘었다”고 말했다.

 완도 명품 광어는 청정 완도 해역의 심층수로 키운다. 육지에서 200m 떨어진 곳의 수심 10m 깨끗한 바닷물을 대형 관을 통해 끌어와 육지의 양식장에서 사용한다. 광어의 먹이인 사료도 엄선해서 쓴다. 사료에 비타민, 영양제, 면역증강제 등을 넣고 광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밀식을 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완도읍에서 광어 양식장을 운영하는 추상근 씨(56)는 “좁은 수조에 많은 고기를 기르면 다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 주고 키우니 병에도 강해지고 폐사율도 크게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은 광어를 재활용해 만든 유기질 비료를 생산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양식장에서 버려지는 광어를 수거해 경상대와 15년 연구 끝에 유기질 비료 ‘장보고’와 생선액비 ‘해신왕’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토양의 토착 미생물을 활성화해 토량 개량 효과가 뛰어나고 작물에 대한 양분 공급 효과도 탁월하다.

○ 양식 광어가 바꾼 국민 밥상

 광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횟감 중 하나다. 고기 맛이 담백하고 쫄깃쫄깃하며 대량 양식으로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저지방,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면서 소화가 잘돼 환자와 노약자의 영양식으로 좋다.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여성들의 주름 제거 및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완도 해역은 남해와 서해의 해류가 교차하며 근해 해저에 맥반석층이 형성되어 유기물 등 미량 원소가 풍부하다. 영양염류가 많고 대륙붕이 발달해 간석지가 넓다. 완도산 광어의 육질이 타 지역과 비교되는 이유다. 청정해역의 바닷물로 키우는 노하우까지 더해져 전국에서 찾는 ‘국민 횟감’이 됐다.

 완도군은 현지 식당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광어 횟감을 전국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끝에 택배 서비스를 생각해 냈다. 완도 관내에 있는 47개 회센터에서는 고객 주문과 동시에 손질한 생선을 큰 살점에서부터 뼈까지 아이스팩으로 포장해 냉장 상태로 배달하고 있다. 특히 택배로 배달되는 광어회는 현지에서 먹는 활어회보다 10시간가량 숙성 시간을 거치기 때문에 감칠맛이 더 좋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숙성 회는 활어의 육질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이노신산 성분이 풍부해져서 단맛이 감도는 감칠맛이 10배 이상 좋아진다. 시중 횟집보다 값이 저렴하고 전화로 손쉽게 주문해 회부터 매운탕까지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 인기다.

 완도읍 우성어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제균 씨(49)는 “하루 평균 3, 4건, 한 달에 많게는 150건 이상 택배 주문을 받고 있다”며 “택배 서비스로 고객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올 4월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도 진출했다”고 말했다.

 싱싱한 완도 광어의 맛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도입한 택배 서비스는 파급 효과도 크다. 양식장에서 키운 광어의 판로가 안정적으로 확보되면서 가격 폭락을 막을 수 있고 횟집은 관광 비수기인 겨울에도 횟감을 팔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완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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