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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청탁금지법 농축산물 피해’ 현실로

입력 | 2016-10-28 03:00:00

한우 등 민감품목 가격 9%대 하락… 관공서 인근 음식점-술집도 울상
실속형 제품 다양화 등 대책 고심




순천호수정원의 ‘나선형 길’ 27일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순천호수정원에서 나선형으로 된 길을 따라가며 가을 색으로 물든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지난달 본격 시행된 이후 우려했던 농축수산 식품 분야와 요식업소 피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홍삼 쇠고기 등 선물(판매)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품목의 경우 매출이 감소하고, 소비심리마저 위축되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관가 주변에서 주로 공무원을 상대로 영업하던 일식집 등 고급 식당도 손님이 없어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꾸고 있다.

 27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자체적으로 품목별 가격 동향 등을 조사한 결과 한우와 홍삼 등 민감 품목의 경우 가격이 평균 9.1% 내렸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 홍삼(600g)의 가격은 18만 원 선이었지만, 법 시행 후에는 14만 원대로 하락했다. 한우 1마리(600kg) 가격 역시 법 시행 이전에는 676만1000원이었지만, 이후에는 657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5만 원 미만 선물 가격의 변화는 큰 변화가 없었고, 1만 원 이하는 반사이익으로 매출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농축수산물을 취급하는 주요 업체의 매출 역시 민감 품목은 전년 대비 평균 20.1% 줄었다. 한우판매 업체의 매출액은 법 시행 전 하루 평균 136만7308원에서 95만1490원으로 29.9% 줄었다. 홍삼 판매업체는 매출이 36.8%, 군산 특산 생선인 박대는 23.7% 줄었다. 그러나 값이 1만 원 선인 김부각 업체의 매출은 오히려 60%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관공서 인근 음식점과 술집도 울상이다.

 전주시 서신동 한 유명 일식집에는 최근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업소 매매 현수막이 내걸렸다. 전북도청 앞 서부 신시가지 음식점 여러 곳도 이미 문을 닫았거나 업종 변경을 준비 중이다. 일부 음식점은 점심 1만∼2만 원, 저녁 2만9000원 등 ‘김영란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공직사회가 몸조심하는 분위기여서 울상을 짓고 있다.

 전북도청 앞 한 식당 주인은 “저녁에는 술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라며 “건물주는 집세를 오히려 올려 달라고 하고 매출은 떨어지니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해가 현실로 다가오자 자치단체마다 한우 등 고가 상품의 실속형 제품을 다양화하고 소비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심 중이다. 또 5만 원 미만 소포장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군산시는 기존 10마리(7만 원)인 박대 포장을 7마리로 줄였고 사과와 배도 개수를 줄여 가격을 낮췄다.

 전북도는 산지 거점 축산물 가공·유통시설을 구축하고, 원예농산물은 상품화 시설 및 물류장비 등을 갖춰 유통비용 절감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농축수산 분야의 어려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시적인 현상일지, 지속적으로 피해가 가중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상황에 맞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