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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만져보니 다르네”…‘감각 불일치’ 제품, 구매에 긍정적? 부정적?

입력 | 2016-10-25 16:16:00


애플의 아이폰은 얼핏 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보기와는 달리 차갑고 무거운 금속 재질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하나의 물체를 여러 감각기관이 다르게 해석하는 현상을 '감각 불일치(sensory disconfirmation)'라고 부른다. 최근 미국 오리건대와 캐나다 요크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렇게 시각과 촉각의 감각 불일치 효과는 그 브랜드의 성격에 따라 소비자의 제품 구매 의사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276명의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를 실험했다. 이들은 MAKKA라는 팝콘 브랜드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웹사이트를 만들고 젊은 감각에 맞게 예쁘고 신나는 느낌으로 꾸며놓았다. 그런 다음 세 가지로 다르게 제작된 용기에 팝콘을 담아 학생들에게 구매 의도를 물어보았다. 첫 번째 용기는 평범한 플라스틱 재질이었다. 두 번째 용기는 값비싼 알루미늄 재질이지만 플라스틱 재질인 것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됐다. 세 번째 용기는 얇고 값싼 종이 재질이지만 역시 플라스틱 재질인 것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됐다.

학생들은 이 중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고급 알루미늄 용기, 즉 '긍정적 감각 불일치' 제품을 가장 선호했고,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값싼 종이 용기, 즉 '부정적 감각 불일치' 제품을 그 다음으로 좋아했다. 일반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낮았다. 즉 감각 불일치 현상을 잘 활용하면 제품의 포장비용을 줄이면서도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실험을 전통적, 보수적인 이미지의 팝콘 브랜드에 적용했을 때는 결과가 정 반대로 나타났다. 이 경우는 특이한 용기보다 평범한 외관의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브랜드의 느낌이 다르면 제품 디자인과 포장도 달라야 한다. 사람들은 애플 같은 혁신적 브랜드에는 흥미진진한 제품을 기대한다. 반면 노키아나 포드 같은 보수적인 느낌의 브랜드에는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제품을 기대한다. 만일 자사의 브랜드가 보수적인 느낌이라면 억지로 감각 불일치 효과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이미 형성된 브랜드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