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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원 박사 “中 단둥선 여전히 ‘남북교류’가 한창”

입력 | 2016-10-21 03:00:00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 펴낸 인류학자 강주원 박사




《 대북제재나 북한에 큰 사건이 벌어지면 으레 TV 뉴스는 중국 단둥을 보여준다. 차량 행렬이 끊긴 중조우의교 (中朝友誼橋·북한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다리), 텅 빈 세관, 인적이 드문 압록강 건너 북한 땅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진실에 얼마나 가까울까. 》
 

중국 단둥의 현실을 다룬 책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눌민)를 펴낸 강주원 박사가 18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앞에 섰다. 그는 “연암 박지원은 단둥을 지나면서 조선의 편협함을 꼬집었는데, 현대 지식인들은 겉핥기로 압록강 너머만 보면서 ‘폐쇄된 북한’이라는 선입견을 깨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단둥의 현실을 다룬 책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눌민)를 최근 펴낸 인류학자 강주원 박사(43·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는 18일 인터뷰에서 고개를 흔들었다.

 “중조우의교는 일방통행 방식으로 운영돼 트럭이 다니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습니다. 또 북-중 국경이 폐쇄됐다며 한적한 강변의 모습이 한겨울에도 나오는데, 영하 20도 날씨에 누가 강변에 나오겠습니까.”

 그는 2000년부터 ‘참여 관찰’이라는 인류학적 방법론으로 단둥을 포함한 북한-중국 국경 지역을 연구하고 있다. 2006∼2007년 단둥에서 살았고 이후에도 수십 차례 드나들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술상무’ 역할을 하며 북한 ‘무역일꾼’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거나 재미동포라고 둘러대고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는 공장을 살펴보기도 했다.

중국 단둥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위사진).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 입구에 설치된 삼성의 갤럭시 S7 옥외광고. 모두 올봄 이후 촬영된 사진이다. 강주원 박사 제공

 그가 묘사하는 단둥은 통념과는 사뭇 다르다. 단둥의 식당에서는 한국인, 조선족, 북한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는다. 한국인은 대동강맥주를 마시고, 북한 사람은 슈퍼에서 한국산 우유를 산다. 강 박사는 “한국과 북한의 청소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심지어 한국 학생이 북한 사람에게 과외를 받는 일도 일어나는 곳이 단둥”이라고 했다.

 2013년 같은 주제로 ‘나는 오늘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를 출간했던 강 박사는 이번 책에서는 대북 교류를 중단한 2010년 5·24조치 이후의 상황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그런데 단둥의 모습은 앞서 낸 책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변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합니다. 평양과 단둥에 투자한 한국인들이 피해를 봤지만 조선족이나 중국인 소유 회사를 경유한 무역은 여전합니다.”

 그는 공식 통계에는 드러나지 않는 한-중-북한 삼각 무역을 설명했다. “단둥의 한 중개인이 한국에서 주문받은 의류 물량이 지난해에만 100만 장 이상입니다. 단둥에서 북한 근로자가 일하는 중국인 회사나 평양의 공장이 그 옷을 만들고, 우리가 입는 거지요. 미국으로도 수출되고요. 국내 서해산 수산물의 상당수는 북한산입니다.”

 강 박사는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를 바라보며 폐쇄와 단절의 선입견만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은 좌우가 따로 없다”고 꼬집었다. 문득 강 박사에게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묻고 싶어졌다. 우파적으로 물었다.

 ―단둥의 북한 근로자가 번 돈이 북한의 핵 개발에 쓰인 것 아닌가.

 “‘기승전핵개발’로만 보면…. 정권에 돈을 바치고 나머지는 물건을 사가지고 북한에 들어가서 장마당에서 팔아 활성화시킵니다. 수만 명의 북한 사람이 해외를 경험했다는 것도 중요하지요.”

 ―어쨌든 핵 개발에 쓰인다면 막아야 하지 않나.

“막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원조를 하고 있다고만 보지만 실상은 경제 교류입니다. 중단하기에는 중국도 피해가 크죠.”

 이번에는 좌파적으로 물었다.

 ―강 박사의 주장은 북한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부려먹자는 것인가.

 “그런 비판도 있지만 그건 먼 훗날 얘기입니다. 북한 노동력도 인건비가 매년 상승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시기도 얼마 안 남았어요. 한 10, 20년 남았을까요? 만남의 기회와 연결고리를 만드는 게 먼저입니다.”

 강 박사는 “만약 5·24조치가 해제된다면 바로 다음 날부터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곳이 단둥”이라며 “통일이 되면 한반도와 중국 교류의 거점이 될 단둥을 바로 알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