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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박 77만원… 부인까지 ‘공짜 투숙’

입력 | 2016-10-13 03:00:00

호텔 암행평가 하랬더니… 관광公 일부위원들 ‘甲질’




 여름 성수기를 앞둔 6월 4일. 부산 해운대구의 최고급 호텔 파크하얏트에 홍모 씨가 아내와 함께 들어섰다. 겉으로 봐서는 보통 투숙객과 다를 바 없었지만 홍 씨는 한국관광공사의 호텔업 등급평가단의 암행평가위원이었다. 이날 하룻밤에 홍 씨가 파크하얏트에서 이용한 서비스는 76만9000원어치. 숙박비만 60만 원이 넘는 고급 객실이었다.

 하지만 홍 씨가 실제로 지불한 금액은 0원이었다. 홍 씨가 당일 결제한 금액을 추후 호텔이 전액 환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홍 씨가 기본급 이상 고급 객실에 머물며 배우자와 동행한 비용까지 지원받은 것은 ‘호텔업 평가지침’을 어긴 행동이었다.

 지난해 1월 개정된 호텔업 등급 결정제가 공식 시행된 뒤 이뤄진 국내 고급 호텔 암행평가가 일부 평가위원의 ‘호화 숙박’으로 변질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이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22개 호텔을 대상으로 이뤄진 암행평가 세 건 중 한 건꼴로 평가지침을 어긴 정황이 드러났다.

 4, 5성급 고급 호텔의 등급은 호텔 한 곳당 세 명의 평가위원이 각각 숙박하는 ‘암행평가’로 매겨진다. 암행평가위원은 한국관광공사가 관광업 분야 전문가를 추천과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위원들은 호텔에서 숙박비를 포함한 평가비용 전액을 환급받고 한국관광공사로부터 50만 원 안팎의 심사비도 지급받는다.

 문제는 이런 점을 악용한 일부 평가위원이 암행평가를 핑계로 필요 이상의 ‘갑질’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세부 평가지침에 따르면 호텔은 기본 객실에 묵는 1인의 비용만 지원하게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달까지 이뤄진 평가 44건 중 16건은 객실 숙박료만 40만 원을 넘었다. 평가를 명분으로 기준 이상의 호화로운 객실에 공짜로 투숙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예로 올해 7월 평가위원 민모 씨는 웨스틴조선호텔 부산에서 3명이 고급 객실인 ‘이그제큐티브 트윈룸’에 묵은 것으로 나타났다. 44건의 호텔 총 평가비용은 1925만 원에 이른다.

 또한 전체 가운데 40건은 위원 본인 외에 가족 등 비전문가 동행자가 함께 숙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동행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상당수 평가위원이 숙박 당일 개인 카드로 결제한 금액 중 기본 객실비를 초과하는 비용이나 동행자가 쓴 비용까지 통째로 환급받은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혼자 투숙하는 것보다 가족을 동행하는 것이 평가위원의 신분 위장에 도움이 된다”며 “평가비용도 위원들로부터 e메일로 영수증을 받아 세부 명세를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막상 의원실이 영수증 제출을 요구하자 공사는 “e메일 저장 기간이 만료됐다”고 밝혔다.

 호텔 평가를 통해 국제적인 신뢰성을 높이고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당초의 취지를 달성하려면 평가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의원은 “한국관광공사의 묵인 아래 고급 호텔 평가의 객관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등급평가가 1인당 수십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공무인 만큼 평가비용의 세부 명세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