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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는 反김정은 세력… “고위탈북 러시 이어 北체제 타격”

입력 | 2016-10-07 03:00:00

[탈북 엘리트들 ‘美 망명정부’ 추진]
“北 안팎 반체제 활동 구심점 역할” 군사정권 끝낸 미얀마 모델 거론
美서 법적지위 인정받기 쉽지않아 황장엽 같은 거물급 합류도 관건





북한 망명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탈북자들 속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해외와 한국 탈북자 단체들이 손을 잡고 구체적인 설립 시기를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사례는 없었다.

○ 북한 독재 실상 알리고 반(反)김정은 세력 규합

  망명정부 설립을 추진하는 탈북 인사들은 북한 정권을 뒤엎고 북한에 민주적 체제를 만들기 위해선 전 세계에 북한 독재정권의 실상을 알리며, 북한 내부의 반김정은 세력을 규합하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북 인사들은 미국 워싱턴에 망명정부를 설립한 뒤 대북 라디오 등을 통해 북한 내부에 이러한 사실을 적극 알린다면 반체제 활동을 확산시키고 김정은 체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탈북자 단체장들이 6일 서울 종로구에 모여 개최한 회의에서도 이런 이유 때문에 망명정부를 하루빨리 만들자는 주장이 다시 나왔다고 한다.

  이들은 망명정부를 탈북 엘리트들의 집단지도체제 형식으로 운영하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고위 간부 출신 B 씨를 현지 사무소 대표로 내세우는 안을 추진 중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탈북자 정 모 씨도 망명정부 수립을 목표로 현재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나머지 탈북 인사들은 전부 한국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B 씨와 함께 망명정부 수립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탈북자 단체장들을 연결하는 고리는 1990년대 초반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단체장인 C 씨가 맡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전직 교수 D 씨도 탈북자 주도 망명정부 수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아들은 수십억 달러의 자산 가치가 있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어 D 씨가 적극 개입할 경우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전직 육군대장을 지냈던 E 씨 등이 망명정부 수립에 적극 찬성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제법적 인정보다는 실질적 활동 구심점 추진

  망명정부 수립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일단 법적 정통성을 인정받는 것부터 쉽지 않다. 미국 정부가 법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한명섭 대한변협 통일문제연구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이 북한 망명정부를 인정하면 북한과 관련된 일을 망명정부와 논의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북한과 협상해야 할) 북핵 문제 등을 실질적으로 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 지위보다는 실질적인 반북 활동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엄밀히 따졌을 때 국제법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광복을 위해 적극 활동했고,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이 됐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의 법적 인정은 받지 못했지만 미얀마에 군사정권이 들어섰을 때 망명정부를 만들어 미얀마에 민주화가 도래할 때까지 활동했던 사례도 있다. 탈북 인사들은 망명정부가 설립되면 법적 인정은 어렵더라도 전국민주주의기금(NED) 등의 후원을 받는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망명정부의 리더십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황 전 비서 같은 거물급 인사가 망명정부의 수반이 되지 못한다면 3만 명 시대를 맞이한 탈북자 사회의 완전한 통합을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탈북자 단체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탈북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망명정부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탈북자 단체장 K 씨는 "지난해 북한 자유주간행사 때도 망명정부 수립을 발표하려 했지만 탈북자 다수가 한국 국적이라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대다수 탈북자 단체장도 망명정부 수립에 반대하진 않지만 과연 실효성 있게 활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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