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폴크스바겐 본격적인 리콜 검증절차 착수…논란은 여전

입력 | 2016-10-06 17:17:00


정부가 폴크스바겐이 제출한 배출가스 조작 관련 결함시정(리콜) 계획서를 접수하고 검증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태가 불거지고 정부가 11월 과징금과 리콜 명령 행정조치 부과한 이후 약 1년 만에 본격적인 리콜 검증절차에 들어가는 것. 환경부는 검증 결과 연비가 떨어지거나 배출가스 감소 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차량교체 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 리콜 검증마저 불합격하면 '차량교체'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이 앞서 5일 주요차종인 티구안 모델(2만7000대)에 대한 리콜 서류를 환경부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 리콜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6일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리콜 계획서를 통해 차량결함 원인으로 시간, 거리, 냉각수 온도 등의 차량 운행조건에 따라 두 가지 모드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폴크스바겐은 결함 시정방법으로 차량 소프트웨어 교체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된 장치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정부에 알렸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즉시 차량의 리콜 적정성 여부를 검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검증과정은 5,6주간 진행되는데 서류검토는 물론이고 도로 실주행 과정까지 살피게 된다. 배출가스가 줄어드는지 여부는 물론이고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연비도 체크해볼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차량의 표시 연비와 비교해 실제 운행과정의 연비가 5%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다.

환경부는 이와 같은 검증을 거친 뒤에도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부품 결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차량교체 명령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폴크스바겐 문제차량 소유자들은 대기환경보전법을 근거로 환경부에 차량교체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헌법소원 등을 제기했다. 이에 환경부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차량이 차량교체명령 대상에 해당하는지 정부법무공단과 정부 변호사에 자문한 결과 "우선 리콜명령을 내린 후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차량교체 명령을 적용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얻었다.

● 폴크스바겐 끝까지 '임의조작' 명시 안 해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를 통틀어 3번이나 제출한 리콜계획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임의로 조작한 사실을 명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려했다. 리콜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밟게끔 하고 불성실한 계획서 작성을 들어 국내법인을 형사고발하는 조치도 취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은 새로운 리콜계획서에도 임의조작 사실은 명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달 19일 폴크스바겐에 임의설정을 한 사실을 인정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면서 이에 대해 응답하지 않을 경우 조작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전달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은 응답시한인 지난달 30일까지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이 임의조작을 시인한 것으로 보고 리콜절차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은 미국 정부에 제출한 리콜 계획서에도 임의설정을 명시하지 않고 대신 두 가지 모드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는 사실만 인정했다"고 밝혔다. 리콜을 무한정 늦추기도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외국 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리콜절차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이 막대한 소비자 배상을 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책임을 진 미국 사례를 우리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느냐는 논란거리다. 임의조작 사실을 명시할 경우 소비자 배상 문제 등 복잡한 문제에 얽히는 만큼 조작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도 해석되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리콜절차에 착수했지만 불성실 태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작 때문에 발생 비용 연간 최대 801억 원

또 이날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339¤801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조작 차량 12만6000여 대가 기준치를 초과하여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5월부터 지난달까지 폴크스바겐 스캔들의 사회적 비용을 추산한 결과 이와 같이 나타났다며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때문에 추가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이 연간 최소 737t, 최대 1742t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들 차량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나 오존 등의 대기오염도를 악화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피해도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 의료비는 증가시키고 노동생산성은 떨어트린다는 것. 환경부 관계자는 "국민 건강 등 사회적 피해를 줄이려면 조속한 리콜이 필요하다"며 폴크스바겐을 압박했다.

● 폴크스바겐 '차량교체 불필요' 입장

한편 환경부의 조치에 대해 폴크스바겐은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티구안의 리콜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나머지 차종도 환경부와 협의해 순차적으로 검증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문제 차종의 90%는 소프트웨어만 교체하면 되고 나머지 10% 정도만 일부 장치를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일부 차주들이 요구하고 있는 차랑교체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달리 피해보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 16조9200억 원 규모의 소비자 보상과 1조3000억 원 규모의 딜러사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 계획은 없다"며 "운영이 어려운 국내 딜러사에게는 운영자금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한국에서 벤츠, BMW와 함께 '수입차 3강'을 이루며 매달 3000여 대를 팔았던 폴크스바겐은 최근 월 판매량이 80대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임현석기자 lhs@donga.com
이은택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