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원샷법 뚜껑여니 빈깡통”… 자율 구조조정 적신호

입력 | 2016-10-06 03:00:00

기대 컸던 기업들 반응 시큰둥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1호’ 기업이 나온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원샷법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싸늘하다. 원샷법의 첫 승인을 받은 기업들이 실제 받은 혜택이 예상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원샷법으로 기업 간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원샷법 1호 승인 기업은 한화케미칼, 유니드, 동양물산 등 3개 기업. 원샷법은 과잉공급 업종의 기업이 사업을 자율적으로 재편하도록 돕는 특별법으로 인수합병(M&A) 및 주식교환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상 혜택을 제공한다. 석유화학업종인 한화케미칼과 유니드는 공장 매각과 관련한 사업재편안을 신청했고, 농기계 제조 중견기업 동양물산은 국제종합기계를 인수해 중복 설비를 정리하겠다는 구상으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원샷법 승인 기업들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국제종합기계 인수를 마무리한 동양물산의 한 관계자는 “‘원샷법 1호’로 알려지면서 홍보 효과가 있긴 했다”면서도 “신청 당시 기대했던 추가 신용대출 등이 적용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동양물산에 사업재편 자금 160억 원 대출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동양물산은 “금리 우대로 0.4%포인트 정도가 내려갔으니 결국 이자 6400만 원 아낀 셈”이라며 씁쓸해했다.

 유니드와 사업 재편을 한 한화케미칼도 비슷한 반응이다. 원샷법 승인으로 한화케미칼은 공장 매각대금 842억 원에 대한 양도차익 법인세가 4년간 이연(세금 부과 연기)됐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4년간 이자가 절감됐으니까 액수로 따지면 10억 원대 정도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른 혜택은 이득이라고 보지 않거나 적용 가능 사항이 없어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는 원샷법 승인으로 당초 120일이 걸리는 합병 절차를 45일까지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지만 ‘원샷법 1호’ 기업 3곳은 해당 사항이 되지 못했다. 이 기업들은 원샷법 승인을 계기로 자율적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 아니라 기존에 이미 진행되던 인수 작업 등의 마무리 단계에서 원샷법 승인을 신청했기 때문이다.밥샷
 주형환 장관은 최근 대정부질의 때 “연말까지 10개 넘는 기업이 원샷법 적용을 받아 자율적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3, 4개 기업이 산업부에 원샷법 적용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 느끼는 원샷법 반응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원샷법 전담 지원기관으로 지정된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하루에 20여 통씩 상담 전화를 받고 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간’만 보고 있다”면서 “적용 기업들의 득실이 뭔지, 괜히 어려운 기업 상황을 떠들썩하게 알리는 꼴만 되진 않을지 살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철강, 석유화학, 조선업계에서 원샷법 적용 기업을 늘려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 같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국회 통과 과정에서 야당이 재벌특혜법이라고 반대해 이것저것 빼고 나니까 결국 ‘‘반(半)의 반(半)샷법’이 되어 버렸다”며 “승인 대상을 공급과잉 업종으로 제한하자 ‘전망 없는 업종’이란 부정적 낙인이 찍히게 되고, 승인 기간 단축과 금리 우대도 구조조정을 유인할 만한 혜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