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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키다리 아저씨에게 부친 ‘꼬막손 편지’

입력 | 2016-10-05 18:42:00




#.1
키다리 아저씨를 미소 짓게 한 꼬막손이 부친 ‘10월의 편지’



#.2
"지난해도 (편지가) 왔으니까 올해도 반드시 올 겁니다."

만성 신부전환자 노정선 씨(49)는 요즘 아침저녁마다 자신의 집 우편함을 확인합니다.



#.3
그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네 살 때 보육원에 맡겨진 한 아이를 10년째 돕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입니다.

가을철이면 그가 후원하는 박가을 양이 편지를 보내는데 그래서 이맘때쯤이면 그 꼬막손이 쓴 편지를 기다리는 설렘에 하루를 보낸다고 합니다.



#.4
노 씨의 후원은 10년 전 치료차 병원을 찾았을 때 앳된 얼굴의 엄마 품에 안겨 서럽게 울고 있는 가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시작됐습니다.



#.5
당시 한 살배기였던 가을이는 또래 아기들보다 체구가 유독 작고 약해보였습니다.

“고등학생 미혼모가 낳아 연락할 가족도, 지인도 없다”는 간호사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노 씨는



#.6
20여 만 원을 지갑에서 꺼내 “치료비에 보태라”며 어린 엄마에게 쥐여줬죠.

집에 돌아와서도 가을이의 얼굴이 아른거린 노 씨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건강상태를 물었는데



#.7
가을이가 선천적으로 간과 신장이 좋지 않아 크고 작은 수술을 여러 번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후 그는 가을이가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8
노 씨도 투병 생활로 형편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적을 때는 5만 원이라도 송금을 하며, 매달 병원에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9
몇 년 전 가을이가 엄마 품에서 떨어져 보육원에 맡겨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노 씨는 가을이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보육원에 연락하진 않았습니다.
틈틈이 병원에 건강 상태를 묻기만 했습니다. 왜냐구요?



#.10
“남들은 키다리 아저씨라 부르죠. 하지만 후원받는 아이는 아빠, 엄마가 아닌 다른 아저씨의 존재 자체가 아픔일 수 있어요.”
-노정선 씨(49)



#.11
그러던 어느 가을 노 씨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뜻밖에도 가을이의 편지였죠.
가을이는 편지에서 노 씨를 ‘후원자님’이라고 불렀습니다.



#.12
노 씨는 지금도 가을이 앞에 나서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지만 요즘은 가을이가 보내는 ‘10월의 편지’를 기다리는 낙으로 살고 있습니다.

노 씨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자신을 ‘후원자님’이 아닌 ‘아저씨’나 ‘삼촌’으로 불러주길 바라는 정도.



#.13
“한 번 본 것이 전부지만 가을인 내게 딸이다. 오늘처럼 하늘이 맑은 날 가을이 손을 잡고 놀이동산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
-노정선 씨(49)

원본 / 김단비 기자
기획·제작 / 김재형 기자·김수경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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