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임진강은 중요한 배경이다. 감독은 “임진강은 남북을 가르는 가슴 아픈 경계선이자 강대국들에는 직접적 피해를 줄이는 완충선”이라며 “긴장감이 높은 현재 남북관계에 대한 나의 공포와 불안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영화 속 배 고장으로 남한까지 떠내려온 북한 어부 남철우(류승범). NEW 제공
김기덕 감독이 신작 ‘그물’을 통해 ‘풍산개’(2011년), ‘붉은 가족’(2013년)에 이어 다시 남북문제를 다뤘다. 국가와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감독은 최근 간담회에서 “그물은 국가와 이데올로기이고, 개인은 물고기로 생각했다”며 “국가 간 대립 상황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희생되는지,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내가 만든 그 어떤 영화보다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말도 뒤따랐다.
이 영화는 올해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김 감독의 작품 세계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철우가 명동 한복판에서 혼란스러워하며 헤매는 모습은 감독이 가장 아끼는 장면이다. 김 감독은 “북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자본주의의 중심 안에서 느끼는 감정이 뭘까, 정말 슬플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너무 슬펐다”고 했다.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북한으로 돌아가지만 보위부 요원은 “배를 버리고 헤엄쳐 오면 되지, 조국보다 배가 더 중요했냐”고 매섭게 따져 묻는다. 철우는 서울 뒷골목 못지않게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현실과 새삼 마주한다. 가족을 위해 어부로 살았고, 10년 고생한 끝에 마련한 배를 차마 버릴 수 없었던 한 남자는 그물에 갇힌 물고기처럼 남과 북 사이에 끼어 발버둥친다.
‘그물’은 김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대중성을 갖춘 영화다.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은 이전과 비교할 때 거의 없다시피 하다.
영화의 대중성은 반갑지만 과하게 친절하다. 주제가 담긴 핵심적인 메시지가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직접 전달된다. 등장하는 캐릭터도 철우를 제외하곤 단순화돼 있다. 철우를 무작정 감싸며 동정하는 요원 오진우(이원근)나 이전에 간첩을 놓친 트라우마로 무조건 철우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조사관 캐릭터는 좀처럼 공감하기 힘들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