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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김미란 변호사의 쉬운 법이야기]집에서 자다 음주측정… 거부하면?

입력 | 2016-09-21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최근 대법원은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던 운전자를 깨워 음주측정을 요구한 것은 불법이므로 이를 거부하더라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이 이같이 판결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집으로 도망치기만 하면 처벌을 면한다는 뜻은 아닐 텐데 말이지요.

경찰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 방지를 위해 필요할 때 또는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음주측정을 할 수 있고, 이때 운전자는 그 측정에 응해야 합니다(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 만일 경찰의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으면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 제1항 제2호).

그런데 경찰이 교통안전과 위험 방지를 위해 운전자를 상대로 시행하는 음주측정 요구와 오직 음주운전 확인을 위해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경우는 사뭇 달리 취급됩니다. 즉, 교통안전과 위험방지 필요가 없는데도 오로지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음주측정을 하는 경우는 음주운전이라는 범죄 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 절차, 즉 수사의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따라서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등 강제처분을 동반하는 수사를 하려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영장을 발부받아야 합니다.

영장주의의 원칙상 경찰은 범죄 수사에 필요한 경우 검사에게 신청해 검사의 청구로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 예외적으로 체포 현장에서 영장 없이 압수, 수색, 검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하며(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 제217조 제2항),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한 상황 때문에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 역시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지만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

위 사안에서 경찰이 운전자의 집으로 들어가 음주측정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수색에 해당하는 강제수사입니다. 당시 경찰은 아무런 영장 없이 집에 들어가 자는 사람을 깨워 음주측정을 요구했습니다.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한 영장도 없이 이루어진 위 수사는 위법한 수사에 해당하고 적법한 음주측정 요구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운전자는 경찰의 위법한 음주측정에까지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에 불응하더라도 음주측정 거부에 관한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