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대한농구협회
남자농구대표팀은 9월 9일부터 18일까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2016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챌린지’에 대비해 합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결전을 앞두고 있지만, 이번 대표팀은 기본적인 선수구성조차 어려웠다. 주축선수들이 대거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남자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의 ‘빅3’로 불리는 강상재(22), 이종현(22·이상 고려대), 최준용(22·연세대)이 나란히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대표팀의 세대교체 계획과 선수구성을 대폭 수정해야 했다. 이종현과 최준용은 피로골절, 강상재는 발바닥뼈 실금 부상을 당했다. 최준용의 경우 한 병원에서 6개월 이상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불행히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강상재, 이종현, 최준용은 대학무대에서 ‘농구 좀 한다’는 이유로 혹사를 당했다. 올해만 해도 대학농구리그, MBC배 대학농구대회, 이상백배대회(한·일 대학선발 교류전), 아시아퍼시픽대회(5개국 대학선발팀 대회), 윌리엄존스컵국제농구대회(국가대표 출전) 등을 소화하느라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은 물론 각종 대학선발팀을 오갔다. 물론 올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종현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각종 대표팀을 들락날락했고, 최준용과 강상재도 지난 2∼3년간 몸을 돌볼 틈 없이 ‘농구기계’처럼 경기에 뛰느라 피로가 누적됐다.
유망선수들의 잇단 부상에도 불구하고 한국농구계의 선수관리에는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1일 개막한 ‘2016 KCC 프로-아마농구 최강전’에선 대표팀 훈련을 받고 있어야 할 선수들이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이 대회를 주최한 KBL과 대학농구연맹은 대표선수들이 각자의 소속팀에서 뛰도록 했다. 대표팀을 관리하는 대한농구협회도 이를 승인해줬다. 대표선수들은 국가대표와 소속팀 선수로서 이처럼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다른 종목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프로-아마 최강전의 흥행이 선수들의 부상방지와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보다 중요한 일일까. 어쩌면 이번 대회는 KBL과 대한농구협회, 대학농구연맹 모두가 선수보호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인지 모른다.
대표팀은 29일과 31일 튀니지와 2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한 농구 관계자는 “대표팀에 부상선수가 많아 새로 합류한 선수도 많은 데다, 훈련도 제대로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 모처럼의 농구 A매치인데, 팀의 완성도를 테스트하기는커녕 호흡을 맞춰가는 단계밖에 안 될 것 같다. A매치를 보러온 농구 팬들이 실망감만 안고 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국농구는 과연 언제쯤 앞을 보고 나아갈 수 있을까.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