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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28년된 제약협회, 제약바이오협회로 간판 교체 왜?

입력 | 2016-08-24 03:00:00


김성모·소비자경제부

국내 201개 제약사가 가입한 최대 제약단체인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가 28년 만에 간판을 바꿔 달기로 결정했다.

협회는 23일 이사회를 열어 ‘바이오’란 말이 추가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이름을 바꾸기로 의결했다. 정관을 바꾸고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으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식 출범한다.

제약협회는 1945년 ‘조선약품공업협회’로 출발했다. 1953년 ‘대한약품공업협회’로 이름을 바꿨다가 1988년 현재의 이름이 됐다. ‘조선’에서 ‘대한’에 이어 ‘한국’으로 시대의 흐름이 이름에 반영됐다. 제약협회는 “이번 명칭 변경도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제약과 바이오산업의 경계는 모호하다. 국내 제약업체 ‘빅3’ 중 하나인 녹십자는 합성의약품뿐만 아니라 백신이나 면역결핍 치료제 같은 바이오의약품을 오래전부터 만들어 왔다. 제약협회 또한 바이오의약품정책실을 운영하고 있다. 제약업체들을 합성의약품 업체와 바이오의약품 업체로 가르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게 협회의 공식 입장이다.

그런데 왜 협회는 굳이 이름을 바꿔 간판에 ‘바이오’를 집어넣은 것일까. “합성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업체들을 정부가 푸대접했기 때문”이라는 제약업체 관계자의 설명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정부는 올해 3월 국무회의에서 조세 지출 기본계획을 통해 신산업에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당시 바이오(의약품)는 신산업에 포함됐지만 합성의약품은 오리지널신약 부분만 인정받고 개량신약 등 나머지는 제외됐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8조 원 규모의 수출 대박을 터뜨린 후 한껏 고무돼 있던 제약업계는 크게 실망했다. 명칭 변경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게 이 무렵이다.

제약협회의 이번 명칭 변경은 결국 시대변화보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약업체들이 연이어 대규모 수출에 성공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업계의 성에 차지 않는 수준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제약을 구식산업으로 여기는 것 같다. 앞에선 ‘제약 대박’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뒷방 노인 대우를 받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에는 이미 ‘바이오의약품협회’가 결성돼 있다. 이 때문에 제약협회의 명칭 변경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죽하면 비슷한 협회가 있는데도 이름을 바꾸겠느냐’는 볼멘 소리가 더 컸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는 “바이오의약품협회에는 화이자,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국내 제약사 회원은 일부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성모 소비자경제부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