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벽화고분/전호태 지음/448쪽·3만5000원·돌베개
이 책 저자는 어려운 연구 여건에서도 국내에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로 일가를 이룬 권위자다. 고분벽화는 단순한 미술품이 아니다. 이 시대의 생활사가 집약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도 깃들어 있다. 무덤 축조 방식이나 연대를 통해 사서에 기록돼 있지 않은 당시의 정치, 사회상마저 엿볼 수 있다.
북한 황해남도 안악군 ‘안악 3호분’ 벽화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고구려사와 얽힌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고분에 묻힌 주인이 중국 연나라에서 고구려로 망명한 장군 동수(冬壽)인지, 아니면 고구려 미천왕 혹은 고국원왕인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벽화가 주는 힌트가 흥미롭다.
옛 한군현 대방군에서 고구려로 흡수된 안악 지역에 동수의 무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얼까. 고구려가 낙랑군의 주민을 대거 포로로 잡아간 것과 달리 대방군에 대해선 기존 사회질서를 용인했다는 데 저자는 주목한다. 다시 말해 동수와 같은 중국 망명객이 터전을 잡기에는 이민족 문화에 배타적이지 않았던 안악 지역이 안성맞춤이었다는 설명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