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회의’가 드러낸 소수의 정책권력 독점, 토론부재는 우려할 수준 긴밀한 정보공유 필수적인 금융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예보 등 핵심 기관 소외 글로벌 금융위기 대비 위해 기재부 한은 금융위 등 참여 위기대응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나라의 정책은 많은 토론과 참여를 통해 걸러져야만 실수가 적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소수에 의한 정책 권력의 독점과 토론의 부재는 이제 우려할 만한 수준이 됐다. 예를 들어 몇 해 전 물가안정뿐 아니라 금융안정을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목표로 법에 명시하는 문제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선진국 가운데 한국같이 중앙은행을 무슨 하수인 취급을 하는 경우가 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저급할 뿐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앙은행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놀랍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었다.
올해로 예금보험공사가 설립된 지 20주년이 된다. 미국의 연방예금보험공사는 1933년 대공황 와중에 많은 은행이 도산하는 상황에서 특히 예금 인출 사태로 멀쩡한 은행이 도산하는 것을 막아보고자 설립됐다. 혹자는 대공황기의 정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설립이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금융안정을 뒷받침하는 핵심기관이 예금보험공사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제 기능을 하려면 부실의 조기 인식 및 신속한 위기 대응을 위해 금융안정망기구 사이에 긴밀한 정보 공유가 절실하다. 이는 보험기금 손실의 최소화에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한국은행과 예보의 예를 굳이 든 것은 정책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을 거쳐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핵심기관이 소외되거나 경원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정책에 깊이 관여한 인사들 가운데 작금의 정책 결정이 지나치게 일부 부처와 인사에 집중돼 있고 외부 인사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도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몇몇 인사가 서별관에 모여서 비공식적으로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정책을 협의·토론하는 법적인 기구를 설립하여 여러 의견을 집약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책 실패에 따른 자원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매일매일 금융위기가 운위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융안정망기구 간 협력체계 강화를 위한 위기 대응 컨트롤 타워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법적 기구로서 ‘금융안정협의회’(가칭) 같은 기구를 만들어 기재부 한은 금융위 금감원 예보 등 금융안정망기구의 최고책임자가 참여함으로써 정교한 대응책을 수시로 토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미국에는 ‘금융안정감시협의회(Financial Stability Oversight Council)’, 캐나다에는 ‘금융기관감독위원회(Financial Institution Supervisory Committee)’가 있어 금융안정망기관 간 정보 공유 및 업무 협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소통의 문제는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정책은 바른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지 무슨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세계경제는 기존의 경제이론만으로 정책의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여의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책 권력에 대한 독점이 정책을 그르칠 가능성을 키울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