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동엽(26).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한국에서 오랫동안 야구하고 싶다.”
SK의 늦깎이 신인 김동엽(26)은 KBO리그 무대에 서기까지 참 먼 길을 돌아왔다. 고교 2년간 일본(미야자키 나치난학원)에서 야구한 뒤 귀국했다. 그리고 천안북일고에서 3학년을 마치고 졸업했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으나,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 2013년 6월 귀국길에 올랐다. 2년간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친 뒤 2016 신인드래프트 2차지명회의에서 SK의 부름을 받았다. 9라운드 전체 86번의 낮은 순위로 지명 받았으나, 지금은 당당히 1군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스프링캠프부터 두각 나타낸 거포 유망주
기대와 달리 올 시즌 시작부터 1군에 진입하진 못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2군경기 55게임에서 타율 0.360, 7홈런, 4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장타력을 입증했다. 김동엽은 “캠프 때 몸 상태와 타격감 모두 정말 좋아 자신이 있었다”면서도 “한국 야구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2군에선 내가 잘하는 걸 보여주려 노력했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다”고 말했다.
● 데뷔 첫 홈런·타점의 엄청난 임팩트
지난달 20일 SK 최승준은 무릎 부상(후방 십자인대 손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자연스럽게 김동엽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26일 대전 한화전은 김동엽이 잠재력을 마음껏 뽐낸 무대였다.
8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4타수 2안타(1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9-4 승리를 이끌었다. 0-1로 뒤진 2회초 1사 1·3루에서 에릭 서캠프의 3구째 시속 142㎞ 직구를 받아쳐 좌월3점홈런으로 연결했다. 데뷔 첫 홈런과 타점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3-1이던 6회초 2사 2·3루에선 우중간 2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SK 김용희 감독은 “김동엽이 홈런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승리에도 큰 역할을 했다”며 극찬했고, 4번타자 정의윤은 인터뷰 중이던 김동엽에게 “멋있다”고 말하며 기를 살려줬다.
● 한국에서 오래 야구하는 것이 목표
김동엽의 아버지 김상국(53)은 1986년부터 1997년까지 빙그레~한화~현대를 거치며 12년간 KBO리그에 몸담았던 포수 출신이다. 아버지의 응원은 아들에게 큰 힘이 된다. 김동엽은 “아버지께서도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아버지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아들이 되고 싶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는 자체로 후회는 없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경험을 한 게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군 문제도 해결했으니 야구만 하면 된다”며 “한국에서 오랫동안 야구하고 싶다. 아프지 않고 롱런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