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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상호 감독 “첫 상업영화 고뇌… ‘부산행’ 포기하려 했다”

입력 | 2016-07-26 06:57:00

영화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독립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첫 실사 장편영화로 성공스토리를 일군 주인공이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부산행’ 연상호 감독

난, 비주류 독립 애니매이션 감독
부산행으로 떴지만 내적갈등 컸죠
그래도 애니서 다룬 ‘계급문제’ 담아
유료시사회 비난? 어려운 문제죠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를 원하는 세상에 안성맞춤인 한판승이다.

영화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38) 감독이 맞고 있는 지금 상황이 그렇다. 영화는 폭발적인 반응 속에 1000만 관객 카운트다운을 시작했고, 덕분에 연상호 감독을 향한 관심 역시 뜨겁다.

3년 전만 해도 연상호 감독은 주류에서 조금 비껴난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다. 지금은 매일 1700개에 이르는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지만, 3∼4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영화를 소개할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2011년 내놓은 ‘돼지의 왕’은 관객 1만9000명, 2013년 ‘사이비’는 2만2000명을 모았을 뿐이다.

지금은 다르다. 첫 실사영화이자 상업영화인 ‘부산행’은 그를 ‘스타 감독’에 올려놓고 있다. “긴 시간 독립 애니메이션을 했기에 시선이 좁았다”는 그는 “그런 태도로 ‘부산행’을 완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영화를 좋아하던 원초적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처음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때 미야자키 하야오가 대단해 보였다. 나 역시 유명해지고 싶었다. 막상 미술학원에 가보니 꿈보다 입시가 급선무가 되더라. 원하는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다른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 허세 비슷한 마음으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아티스트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하하!”

2002년 내놓은 애니메이션 ‘지옥’이 그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이후 6년간의 작업 끝에 완성한 ‘돼지의 왕’이 2011년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때 오랜 사귄 여자친구와도 결혼했다. 이후 다시 ‘사이비’를 내놓았다. 하지만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의 상황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부산행’을 완성한 과정도 여전히 쉽지 않았다. 연상호 감독은 “내적 갈등을 겪었다”고 했다.

“시나리오 작업 때는 ‘못하겠다’고 몇 번이나 제작자의 속을 긁었다. 이야기도, 상황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연 감독이 ‘부산행’을 연출할 당시 모습. 사진제공|레드피터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감이나 가치관까지 잃은 것은 아니었다. 앞서 애니메이션에서 다룬 ‘계급’의 문제를 그는 100억원대의 블록버스터에서도 잇고 있다. “개인이 가장 많이 접하는 문제, 개인을 가장 많이 건드리는 문제, 내가 계속 견지하려는 문제가 바로 계급의 문제”라고 그는 말했다.

“어릴 땐 누구나 특별한 사람이 될 거라 믿지 않나. 그러다 학교에 가고 사회로 나아간다. 하지만 그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여지없이 깨진다.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계급의 문제는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부산행’에 관객이 열광하는 이유도 그의 말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봉 이후 김의성이 연기한 용석이 주목받는 상황도 그렇다. 운수회사 간부 역인 그는 여러 인물 중 상위 계급을 상징한다. 연상호 감독은 “용석을 (악인으로)완성하는 이들은 그 주변에 있는 보통 사람들”이라고 짚었다.

연상호 감독.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한편으로 ‘부산행’은 개봉 전 진행한 유료 시사회 탓에 영화계의 비난을 받고도 있다. 그의 입장은 어떨까.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너무 어려운 문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단 내 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다. 아주 복합한 문제다. 배급사, 극장, 관객까지. 여러 가지 중 최종적인 ‘갑’은 누구인가. 오히려 나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긴다.”

그는 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제작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미 제작한 세 편의 애니메이션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행’의 흥행이 그 작품들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도 연 감독은 여전히 동시에 두 편의 영화 연출에 나설 채비다. “블랙코미디 장르의 실사영화를 계획 중”이라는 그는 “내년 즈음 아주 어둡지만 밋밋한 이야기의 애니메이션도 연출하겠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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