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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엔 금메달 없어… 테크닉보다 자기만의 소리 찾아야”

입력 | 2016-07-19 03:00:00

‘바이올린 이중주’ 세계 최정상… 앤절라 전-제니퍼 전 자매




바이올린 이중주는 ‘소프라노 이중창’처럼 화음을 맞추기가 어렵다. 줄리아드 음악원 출신인 앤절라 전(왼쪽)과 제니퍼 전 자매는 30년간 바이올린 이중주의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의 클래식CD는 발매되면 20만∼30만 장씩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앤절라는 이지적 음색이, 제니퍼는 감성적 연주가 탁월하다는 평가다. 앤절라, 제니퍼 전 제공

“마술적인 힘을 가진 역동적인 바이올린 듀오가 탄생했다. 음악계의 귀한 보석들이다.”

1986년 미국 뉴욕 아티스트 경연대회에서 줄리아드 음악원 출신의 앤절라 전(한국명 전명선)과 제니퍼 전(전명진) 자매가 바이올린 이중주로 대상을 차지하자 세계 음악계에선 이런 찬사가 쏟아졌다.

30년이 지나 자매는 50대 중반이 됐지만 여전히 ‘바이올린 이중주의 최정상’을 지키고 있다. 클래식계 최고 연주자들만 엄선해 음반을 제작하는 ‘하모니아 문디’가 4월 발매한 CD ‘두 바이올린을 위한 음악’은 곧바로 빌보드 클래식 상위권에 올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현대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음반’이라고 극찬했다.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10대에 미국으로 건너간 뒤 평생을 바이올린과 함께한 자매를 지난달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 앞 카페에서 만났다.

―대중음악 CD도 잘 안 팔리는데 두 분의 클래식 CD가 20만∼30만 장씩 판매되는 게 신기합니다.

“‘하모니아 문디’ 제작자들에게 ‘왜 우리를 선택했느냐’고 물으니 ‘당신 두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도 없는 당신들의 목소리가 있다’고 설명하더군요.”(앤절라)

두 사람은 “현대음악은 작곡가와 연주가가 함께 음악을 완성해 나간다. 우리를 위한 이중주를 만드는 작곡가에게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더 좋겠다’고 의견을 내면 원곡을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올린 이중주는 성악으로 치면 ‘소프라노 이중창’처럼 화음을 맞추는 게 정말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연습하며 서로 싸운 적이 있나요.

“매번 싸우죠.”(앤절라)

“안 다투면 작품이 안 나와요.”(제니퍼)

질문마다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자매는 세계 명사들의 소규모 초청공연이나 음반 활동을 주로 해 왔다.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축하연주회 때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씨가 헌정한 곡을 연주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하는 올 10월에도 유엔 본부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특히 제니퍼 씨는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조지 소로스의 오랜 파트너(연인)로 해외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동석한 줄리아드 음악원 후배인 뉴욕 공연기획사 ‘제이삭(JSAC)’의 토머스 박(박준식) 대표는 “두 분이 그래미상 2017년 클래식 부문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음악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로 하느냐’는 질문에 “음악만이 전부란 생각을 하면 안 된다. 현대음악은 현대미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양한 분야에 눈을 돌리고,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면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녀에게 악기를 가르치려는 부모들에겐 “어떤 악기든 배우게 하는 건 좋다. 그런데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줄리아드 음악원에 한국 초등학생들도 레슨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 교수들이 ‘너희들은 밖에서 놀 나이다. 지금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배우려 하느냐’는 충고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