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고가의 외제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시세보다 싼 가격에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장판사의 딸은 화장품 업체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하는 미인대회에서 입상했다. 정 전 대표가 해외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되기 전 일이다. 하지만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정 전 대표는 이 부장판사에게 항소심 재판부 로비를 부탁한 바 있다. 공사(公私)가 엄정해야 할 법관으로서 참으로 부적절한 처신이다.
정운호 게이트 수사에서 정 전 대표가 검찰과 법원 인맥을 통해 로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김모 수사관은 정 전 대표 측 브로커에게서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서울고검 박모 검사는 직접 1억 원을 받은 혐의가 있지만 뇌출혈로 입원해 소환이 연기됐다. L 부장판사는 당초 정 전 대표 항소심 사건을 배당받은 줄 모르고 그의 브로커와 저녁식사를 한 뒤 재배당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사표를 냈다. 법원 검찰의 낯뜨거운 치부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2008년 한 사채업자에게 주식 투자금 명목으로 9000여만 원을 건넨 뒤 2억 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올 2월 사직했다. 이 부장판사는 고교 선배인 사채업자로부터 투자를 권유받고 한 시계 제조업체의 실권주를 4만 주 인수해 2배 넘는 수익을 올렸다. 대법원은 사채업자에게 돈을 맡긴 판사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면서도 “법 위반 사안은 없다”며 징계 없이 옷을 벗겼다. 정 전 대표의 외제 중고차를 헐값에 인수한 부장판사는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