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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상 첫 女대통령 꿈꾸는 힐러리의 힘은 ‘엄마의 교육’

입력 | 2016-06-10 03:00:00

“약자 괴롭히는 사람에게 물러서지 마라” 울며 집에 온 네살 힐러리 다시 내보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왼쪽)에게 어머니 도로시 로댐 여사(가운데)는 영웅 같은 존재다. 클린턴은 “어머니만큼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없다”고 말해 왔다. 2010년 1월 클린턴의 딸 첼시의 결혼식에서 세 여자가 행복하게 웃고 있다. 당시 로댐 여사의 나이는 91세였다. 출처 힐러리클린턴닷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 클린턴이 네 살배기 꼬마였을 때 동네에 수지 캘러헌이란 친구가 있었다. 캘러헌은 오빠들이 많아 그걸 믿고 클린턴을 괴롭혔다. 클린턴이 놀이터에 나타나면 밀거나 때렸다. 클린턴은 울면서 집으로 도망치곤 했다. 어느 날 엄마 도로시 로댐(1919∼2011)이 집 문 앞에서 딸을 막아 세웠다.

“다시 나가라. 수지가 때리거든 너도 때려. 너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겁쟁이는 이 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훗날 클린턴은 “그렇게 등 떠밀려 다시 밖으로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승리감에 도취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엄마에겐 ‘이젠 남자애들하고도 놀 수 있어’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클린턴은 7일(현지 시간) 밤 뉴욕 브루클린의 역사적인 경선 승리 연설에서 “어머니는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깡패·bully)에게서 절대로 물러서지 말라고 가르쳤다. 무척 옳은 조언이었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지금의 깡패는 바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라고 해석했다.

클린턴은 연설에서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아주 오래전 어머니에게서 배웠다. 내 평생 어머니는 내 삶의 토대 같은 분이었다”고 했다.

클린턴은 회고록에 “엄마는 내가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럴 때마다 ‘너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야.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라고 썼다. 그만큼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었다는 얘기다. 로댐 여사는 어릴 때 이혼한 부모에게서 버려져 조부모 슬하에서 어렵게 자랐다. 클린턴이 남편(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불륜 스캔들에 분노하면서도 끝내 이혼하지 않은 데는 엄마를 생각한 측면도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인이 된 클린턴이 하루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그렇게 힘들고 외로운 유년 시절을 겪었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애정 넘치고 분별력 있는 여성이 될 수 있었어요?”

“내 삶이 위기에 처했던 순간마다 누군가 내게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 줬거든.”

로댐 여사의 그런 가르침이 봉사에 대한 클린턴의 소명 의식을 형성했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클린턴은 연설에서도 “어머니는 삶이 곧 다른 사람에 대한 봉사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8년 전 같은 날(2008년 6월 7일) 클린턴은 경선 패배 승복 연설을 했고 그 자리엔 선거유세를 함께했던 로댐 여사가 있었다. 당시 로댐 여사는 지원 유세와 TV 출연 등을 통해 “내 딸은 성인이 된 후 늘 다른 여성을 도우며 살아왔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힐러리가 내 딸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딸의 안타까운 실패를 지켜봐야 했던 로댐 여사는 2011년 9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과 딸이 함께 꾸던 꿈이 실현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클린턴은 그렇게 떠난 어머니를 승리 선언 연설에서 살려낸 셈이다. CNN은 “클린턴 승리 연설의 진짜 영웅은 바로 그의 어머니”라고 보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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