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8명 교정 맡은 안홍기 목사… “조직폭력-항해사 등 인생역정 유영철, 내 책 3번 읽고 면회요청… 요즘도 심경 담은 편지 보내와 만남 통해 그들에게 희망 주고싶어”
31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접견을 기다리던 안홍기 목사가 한 수감자의 편지를 꺼내 읽고 있다. 안 목사는 2014년 9월부터 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그에게 안홍기 목사(59·글로벌 찬양의 교회)가 다가갔다. 그러고는 악수 대신 두 팔을 벌려 그를 꽉 껴안았다. 5초가량 지났을까. 목사의 품에서 벗어난 그는 “제가 무섭지 않으십니까, 더럽지 않으십니까”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그를 안 목사는 가만히 응시했다. 안 목사가 껴안았던 사형수는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46)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위촉을 받아 2014년 9월부터 종교분과 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 목사도 순탄한 길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폭력조직에서 나와 항해사, 보디빌더로 일하다 목사로 변신해 중국에 ‘북경 찬양의 교회’를 세웠다. 안 목사는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은 자서전 ‘하나님의 용사’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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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목사는 이후 매달 한 번씩 그를 면회했다. 유영철이 대구교도소로 이감된 뒤에도 방문을 계속했다. 유영철도 안 목사에게 틈틈이 편지를 보내 심경을 털어놓곤 한다. 수감생활의 고통, 유년시절에 대한 회상뿐 아니라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운동 등 철학적 얘기도 적지 않다.
현재 안 목사는 유영철을 포함해 사형수 8명의 교정을 맡고 있다.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지만 안 목사는 사형수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여섯 살 무렵 꽃집에서 꽃향기를 맡은 뒤, 커서 꽃도 팔고 행복도 파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던 한 사형수의 말이 기억납니다. 교도소 안에서라도 새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손을 붙잡고 기도하는 순간에는 순한 양처럼 “감사하다”고 하지만 다음 날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사형수들을 보며 속이 타들어갈 때도 많다. 잘 따라오고 있다고 여겼는데 갑자기 “더 이상 목사님을 보고 싶지 않다”며 만남을 거부하는 수감자도 있다. “사람은 금세 바뀌지 않아요. 특히 사형수들은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선과 악이 싸우고 있지요. 참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안 목사는 매일 오전 8시 지하철을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한다. 접견신청서를 작성하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접견인이 많을 때는 1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한다. 이래저래 반나절 걸려 그가 접견할 수 있는 시간은 단 10분. 그럼에도 그 10분의 만남을 기다리는 수감자를 위해 안 목사는 오늘도 전국의 구치소, 교도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