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저유가 장기화에… 중동은 지금 ‘포스트 오일’ 전쟁 중
올해 말 개장을 목표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건립 중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분원 격인 ‘루브르 아부다비’ 조감도. 사진 출처 루브르 박물관 홈페이지
아부다비 정부는 ‘루브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대가로 5억2500만 달러(약 6211억 원), 여기에다 루브르 소장 명화 등을 장기 임차해 전시하는 비용으로 7억4700만 달러(약 8837억 원)를 프랑스 측에 지불하기로 했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박물관도 2017년경 아부다비에 문을 연다.
세계적 박물관들의 ‘아부다비행’은 최근 국제 유가 하락과 관련이 있다. 석유 경제에 의존하던 중동의 산유국들이 기름을 팔아 떵떵거리던 시절이 막을 내리자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석유 대신 팔 것 만들어라”
사우디에 앞서 UAE의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탈석유의 청사진을 그렸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10여 년 전부터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 ‘두바이 플랜 2021’ 등을 마련하고 정보기술(IT), 첨단의료, 관광 등 산업 다각화를 통해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해왔다. 아부다비는 루브르 박물관 등을 유치해 문화·관광산업을 키우는 ‘사디야트 아일랜드(행복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두바이는 중동의 실리콘밸리인 ‘실리콘오아시스’에 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IT산업 중심지로 진화하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약 1200개의 IT기업은 세금 면제, 외국인 지분 100% 보유 허용 같은 혜택을 받는다.
카타르는 중동의 의료 허브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카타르 내셔널 비전 2030’을 마련해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다. 2018년까지 32억 달러를 투자해 특별경제구역 3곳도 조성한다. 2014년 카타르 정부는 2020년까지 의료센터 31곳과 대형 병원 2곳을 신설하고, 대형 병원 5곳을 증축하는 등 약 27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저유가의 재앙’이 전화위복될 수도
중동 산유국들의 탈석유 움직임은 세계 에너지 구조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 감축과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섰다. 원유 매장량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아부다비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사이드 왕세자는 “어쩌면 50년 뒤 남아있는 원유가 1배럴뿐일 수도 있다”며 “우리가 지금 적절한 (다른) 분야에 투자한다면 그 순간은 오히려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이후 급락한 국제유가도 산유국들의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2014년 배럴당 100달러 선이던 두바이유 가격은 현재 40달러대 중반으로 반 토막이 났다. 유가 급락은 산유국들의 재정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우디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5%(약 98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냈다. 손성현 대외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석유 중심의 경제에서는 인력 수요가 많지 않아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청년실업률이 30%에 이르는 사우디가 비전 2030을 통해 2020년까지 일자리를 9만 개 이상 만들겠다고 밝힌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앞선 기술과 한류를 앞세워 ‘제2의 중동 붐’을 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손 전문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나 첨단의료 등에서 축적된 한국의 경험이 포스트 오일머니 유치를 위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중동 국부펀드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